기자들 틈서 몰래 전송…“야당 생중계 사찰” 반발
청와대 행정관이 민주당 공식회의에 무단으로 들어가, 회의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보고하다 적발됐다. 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생중계 사찰”이라고 강하게 규탄하면서, 청와대에 즉각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18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청와대 정무수석실 제2정무비서관실 소속인 하아무개 행정관이 기자들 틈에 섞여 있다가 발각돼 쫓겨났다. 하 행정관은 이날 회의의 주요 발언 내용 등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하고 있었다고 민주당 당직자들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터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이 다뤄졌다. 비공개 회의에 앞서, 취재진에게 주요 내용을 미리 알리는 자리였다.
하 행정관은 지난해 말부터 국회를 출입했으며, 지난주부터는 민주당 공식회의 공개 부분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파문이 확산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문제로 국회에 전운이 고조되던 시기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정당과 국회에는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을 비롯한 정부 부처의 연락관들이 상시출입하며 업무를 파악하고 있지만, 이처럼 야당 회의에 무단으로 참석해 정보를 염탐하고 실시간 보고하는 행태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자들이 들어가는 각종 공개회의를 따라 들어갔을 뿐이고, 상황을 좀더 빨리 파악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밀스럽게 행동한 적이 없고 민주당 당직자한테 암묵적인 동의를 받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민주당에 상황을 설명했고 앞으로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안창현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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