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친박 홍 의원, “홍준표 대표가 비정규직·부자 증세·북한 식량 지원 문제 결판내야”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 장래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 장래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염치없는 제도(비정규직)를 집권당이 방치해선 안 된다.” “부자 증세를 해야 한다.” “(북한에) 식량을 보내야 한다.”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부자 증세, 대북정책 전환을 ‘시대정신’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세 가지에 대해 “연말까지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담판을 벌여서 결론을 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거부하면 “한나라당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정말로 모른다”고 말했다. 6선 의원인 그는 “친박이 아니라 나라와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중진의원으로 얘기한다”면서 “이런 문제로 싸우면 보좌관 동원이 아니라 기관총을 들고 나와도 국민들이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10.26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시대정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 시대정신에 기초한 정책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대정신은 공정, 다른 말로는 정의라고 하는 공정과 민족통일이다. 엠비 심판론이 먹힌 것은 그동안의 정책과 시책, 방침이 공정과 통일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고쳐야 할 과제로 대체해서 답하겠다. 첫째는 창궐하는 비정규직 문제다. 이렇게 염치없는 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현상에 대해 집권당이 방치하고 조장하는 이상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75~80% 수준이 될 때까지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는 등의 결단과 대타협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는 공정과 정의의 시대정신에 맞도록 세제를 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연간 몇십억에서 몇백억원을 버는 사람들이 8800만원 정도를 버는 중견기업 부장과 같은 세율(35%)로 세금을 내는 게 말이 되는가. 또, 연간 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많은데 이들에게 정부가 베푸는 것은 의무다.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걷자고 하면 좌클릭 운운한다. 이는 시대정신을 망각한 행동이다. 대기업도 242조원(10대 그룹)의 잉여비축금을 국공채에 묻어놓고 있으면서 투자 자금은 이자가 싼 은행대출을 받아서 하는 등 공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짓을 하고 있다. 시급히 조정돼야 한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해왔는데?
“지난 4년간 북한의 식량사정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굶는 고통을 가장 깊이 뼛속까지 겪는 사람은 어린이와 노인이다. 입만 열만 동포 동포하면서 아이들이 굶어 죽는 현상을 알고 있으면서 양식을 보내지 않는 그 마음가짐이 문제다. 식량을 보내야 한다. 북한 인권법에 대해 나도 찬성한다. 다만 그 이전에 배곯는 아이들한테 먹을 것을 보내놓고 나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밥술깨나 먹는 형님이 동생네 조카들이 굶을 때 쌀가마니라도 들여놓고 난 다음에 애들을 왜 그렇게 키우느냐고 야단을 쳐야 한다. 과거 중국의 역사를 보면 통일의 헤게모니를 잡은 세력은 백성의 마음을 산 세력이었다. 이는 입증된 불변의 천리다. 우리가 왜 그것을 외면하나.” -부자와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얘긴가?
“그렇다. 증세해야 한다.” -반대가 많은데 증세 등 정책전환이 가능하겠나?
“트리클다운이 얼마나 한심한 미망이었는지는 우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사람 얼굴을 가진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단해야 한다. 홍 대표가 이 대통령과 담판할 때 대통령이 아직도 트리클다운 효과를 말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미세조정이 아니라 결단과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다. 선진국이 되고, 사람 얼굴을 가진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들이다. 1인당 소득이 2만불을 넘어가는 시점은 이런 결단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일본은 그런 점에서는 우리에게 훌륭한 교사가 된다. 2만불 소득 단계에서 일본의 소득분배가 얼마나 공정했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랬기에 3만불, 4만불 시대로의 진입이 용이했다.”
-당내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많이 있지 않나?
“비만인 사람은 삼겹살 먹으면 안 된다. 그러나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에게 삼겹살 먹으면 큰일난다고 하면 잘못된 처방이 아닌가. 1인당 소득 2만불 경제에서는 (국가운영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왜 설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그동안 엉뚱한 짓만 했으니. 이런 것을 두고 싸우면 보좌관 동원이 아니라 기관총 들고 오더라도 국민들이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홍 대표가 이 대통령과 담판한다고 증세 등 정책전환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일본 자민당이 55년간 장기집권했던 것은 사회당과 민사당이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재빨리 구체화해서 실천했던 덕분이다. 영국 보수당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민주당이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지만 우리 당내에 젊고 씩씩한 의원들이 꽤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들이 의견을 내면) 홍준표 대표가 대통령과 담판해서 연말까지 해결해야 한다. 담판은 홍 대표에게 떨어진 사명이자 행운이다. 그 행운을 걷어찰 경우 홍 대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홍 대표와 이 대통령이 담판해서 안 받아들여지면 총선 공약으로 내걸 건가?
“그건 너무 늦다. 그 전에 선행 실천없이 공약집에 싣는 것은 나부터 믿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어떻게 할 건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지, 한나라당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정말로 모른다. 세상 일이 길게 보면 늘 공정한 결말을 가져오는데, 한나라당의 장래라고 그 법칙의 예외가 될 수 있겠나.” -이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는 뜻인가?
“크는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 또 언젠가 하나가 될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적어도 우리 세대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당내에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은가?
“국민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좋은 친구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이나 분당까지도 얘기하는데?
“최선을 다한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미리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패배주의의 아류다.” -박근혜 전 대표도 3가지 정책 변화에 공감하나?
“요즘 나는 박 전 대표의 결정이나 선택에 대해 전혀 걱정을 안 한다. 매번 보면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결정을 하더라. 박 전 대표와 나의 철학적 기저가 같다고 본다.” 글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시대정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 시대정신에 기초한 정책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대정신은 공정, 다른 말로는 정의라고 하는 공정과 민족통일이다. 엠비 심판론이 먹힌 것은 그동안의 정책과 시책, 방침이 공정과 통일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고쳐야 할 과제로 대체해서 답하겠다. 첫째는 창궐하는 비정규직 문제다. 이렇게 염치없는 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현상에 대해 집권당이 방치하고 조장하는 이상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이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75~80% 수준이 될 때까지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는 등의 결단과 대타협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는 공정과 정의의 시대정신에 맞도록 세제를 조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연간 몇십억에서 몇백억원을 버는 사람들이 8800만원 정도를 버는 중견기업 부장과 같은 세율(35%)로 세금을 내는 게 말이 되는가. 또, 연간 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많은데 이들에게 정부가 베푸는 것은 의무다.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걷자고 하면 좌클릭 운운한다. 이는 시대정신을 망각한 행동이다. 대기업도 242조원(10대 그룹)의 잉여비축금을 국공채에 묻어놓고 있으면서 투자 자금은 이자가 싼 은행대출을 받아서 하는 등 공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짓을 하고 있다. 시급히 조정돼야 한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해왔는데?
“지난 4년간 북한의 식량사정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굶는 고통을 가장 깊이 뼛속까지 겪는 사람은 어린이와 노인이다. 입만 열만 동포 동포하면서 아이들이 굶어 죽는 현상을 알고 있으면서 양식을 보내지 않는 그 마음가짐이 문제다. 식량을 보내야 한다. 북한 인권법에 대해 나도 찬성한다. 다만 그 이전에 배곯는 아이들한테 먹을 것을 보내놓고 나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밥술깨나 먹는 형님이 동생네 조카들이 굶을 때 쌀가마니라도 들여놓고 난 다음에 애들을 왜 그렇게 키우느냐고 야단을 쳐야 한다. 과거 중국의 역사를 보면 통일의 헤게모니를 잡은 세력은 백성의 마음을 산 세력이었다. 이는 입증된 불변의 천리다. 우리가 왜 그것을 외면하나.” -부자와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얘긴가?
“그렇다. 증세해야 한다.” -반대가 많은데 증세 등 정책전환이 가능하겠나?
“트리클다운이 얼마나 한심한 미망이었는지는 우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사람 얼굴을 가진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단해야 한다. 홍 대표가 이 대통령과 담판할 때 대통령이 아직도 트리클다운 효과를 말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미세조정이 아니라 결단과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다. 선진국이 되고, 사람 얼굴을 가진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들이다. 1인당 소득이 2만불을 넘어가는 시점은 이런 결단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일본은 그런 점에서는 우리에게 훌륭한 교사가 된다. 2만불 소득 단계에서 일본의 소득분배가 얼마나 공정했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랬기에 3만불, 4만불 시대로의 진입이 용이했다.”
-당내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많이 있지 않나?
“비만인 사람은 삼겹살 먹으면 안 된다. 그러나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에게 삼겹살 먹으면 큰일난다고 하면 잘못된 처방이 아닌가. 1인당 소득 2만불 경제에서는 (국가운영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왜 설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그동안 엉뚱한 짓만 했으니. 이런 것을 두고 싸우면 보좌관 동원이 아니라 기관총 들고 오더라도 국민들이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홍 대표가 이 대통령과 담판한다고 증세 등 정책전환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일본 자민당이 55년간 장기집권했던 것은 사회당과 민사당이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재빨리 구체화해서 실천했던 덕분이다. 영국 보수당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민주당이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지만 우리 당내에 젊고 씩씩한 의원들이 꽤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이들이 의견을 내면) 홍준표 대표가 대통령과 담판해서 연말까지 해결해야 한다. 담판은 홍 대표에게 떨어진 사명이자 행운이다. 그 행운을 걷어찰 경우 홍 대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홍 대표와 이 대통령이 담판해서 안 받아들여지면 총선 공약으로 내걸 건가?
“그건 너무 늦다. 그 전에 선행 실천없이 공약집에 싣는 것은 나부터 믿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어떻게 할 건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지, 한나라당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정말로 모른다. 세상 일이 길게 보면 늘 공정한 결말을 가져오는데, 한나라당의 장래라고 그 법칙의 예외가 될 수 있겠나.” -이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다는 뜻인가?
“크는 아이들 장래를 위해서 또 언젠가 하나가 될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적어도 우리 세대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당내에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은가?
“국민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좋은 친구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탈당이나 분당까지도 얘기하는데?
“최선을 다한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미리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패배주의의 아류다.” -박근혜 전 대표도 3가지 정책 변화에 공감하나?
“요즘 나는 박 전 대표의 결정이나 선택에 대해 전혀 걱정을 안 한다. 매번 보면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결정을 하더라. 박 전 대표와 나의 철학적 기저가 같다고 본다.” 글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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