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공항회의?=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4일 밤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마중 나온 임태희 대통령실장(뒷모습 보이는 이)과 김효재 정무수석(맨 오른쪽) 등 참모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5일 오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임태희·김효재, 손학규 사전방문
민주 “빈손 사절” 한나라 “환영”
청 “야당대표 설득할 대목 있다”
민주 “빈손 사절” 한나라 “환영”
청 “야당대표 설득할 대목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한 국회 방문을 ‘강행’하기로 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빈손 방문은 사절한다”며 만남에 반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귀빈식당 옆 제1접견실에서 박희태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 및 원내대표를 만나기로 하고 국회 쪽과 일정을 조율했다. 민주당은 불참을 통보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빈손으로 올 것 같으면 빈손으로 가셔야 하고, 그런 상황이라면 오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당대표실로 찾아온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한 말이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이 온다고 하니 당내에는 비준안 강행처리를 위한 수순 밟기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오히려 정부와 국회의 관계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폐기에 대한 새로운 제안 없이는 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라디오 연설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는 정치논리가 돼서는 결코 안 된다”며 비준안 처리를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록 야당 대표가 만나주지 않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국회 방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요구에 대해선 별다른 답이 없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지만,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해선 따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태희 실장도 손 대표에게 “미국에 새로운 재협상을 제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새로운 제안은 현시점에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밝힐 순 없지만, 야당 대표에게 설득할 대목이 따로 있다”고 말해 약간의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이런 태도에 대해 “불난 집에 기름 부으려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한나라당도 강행처리에 대해 두 갈래인데, 이 대통령이 온다는 건 강행처리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바쁜데도 국회까지 방문해 야당에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야당이 계속 반대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고 싶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비준안 처리 협조를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 야당이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 안 나온다는데 대통령이 가서 기다린다고 하면 국회 분위기만 나빠지고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말했다.
이지은 안창현 기자 jieuny@hani.co.kr
깍듯하게=손학규 민주당 대표(왼쪽)가 14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뜻을 전하고 일정을 조율하러 찾아온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귀엣말=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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