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강행하려 하자 최루탄을 터뜨린 뒤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있는 의장석에 최루가스를 뿌리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한-미 FTA 비준 날치기|비준안 날치기 되던날
홍준표 재촉에 황우여 ‘결심’
‘야당과 합의 못해’ 판단한 듯
홍준표 재촉에 황우여 ‘결심’
‘야당과 합의 못해’ 판단한 듯
일사천리로 진행된 날치기였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작전명령’을 받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시각이 오후 3시1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가결된 시각은 4시30분께였다. 협상 개시 이후 5년5개월 동안 논란을 빚었던 협정문 비준이 불과 1시간20분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이다. 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22일 한나라당의 동의안 단독 강행처리는 주도면밀하게 진행됐다.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여의도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만나 단독 강행처리 방침을 굳혔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황 원내대표의 결심을 재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밤 소속 의원들에게 다음날 예정된 예산관련 의원총회에 필참하라는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목표는 비준안 처리였다.
22일 국회 원내대표실로 출근한 황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합의처리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타진했다. 1시간가량의 회담 뒤 접점이 없다고 판단한 황 원내대표는 지방에 가 있던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전화로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오후 2시 열린 당 예산관련 정책의총은 비밀작전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은 의총 직전 장소를 국회 2층 246호실에서 본회의장 맞은편에 있는 예결위 회의장으로 갑작스레 바꿨다. 황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 도중 “오래 심사숙고했다. 아침에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의했지만, 민주당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지금부터 바로 본회의장에 입장해달라. 국회의원의 품위를 잃지 말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회의장 진입을 ‘지시’했다.
한나라당의 ‘비밀작전’은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컸다. 황 원내대표는 표결 처리 뒤 “야당이 23일부터는 본회의장 로비를 점거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12월2일 처리도 가능하지만 그때가 오늘보다 충돌이 적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더 시간을 끌어도 야당과 합의처리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한나라당 안에선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판을 깰 수도 있는 비준동의안을 합의처리할 리 만무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오후 3시10분께 황 원내대표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던 시각, 국회 본관 2층 의원 출입구를 제외한 4곳의 출입문 철망이 내려갔다. 모든 문이 봉쇄됐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국회 건물 바깥을 세겹으로 에워쌌다. 본회의장을 방청할 수 있는 4층 기자석과 방청석도 모두 틀어막혔다. 3시20분께 붉게 상기된 얼굴의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 등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김 원내대표는 “사전에 연락 받으셨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낭패스러운 얼굴로 “(국회의장실에서) 5분 전에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야의 대치가 진행되던 중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피하는 등 잠시 소강상태가 있었지만, 회의장이 정돈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시 자리를 잡고 표결을 강행했다. 오후 4시29분,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이후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부수법안 14개도 “무효, 무효”를 외치는 민주당 의원들을 외면한 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다만 한나라당이 함께 처리하려 했던 김용덕, 박보영 두 대법관의 임명동의안 처리는 야당 의원들의 저지로 시도되지 않았다. 이정희 대표는 “대법관까지 날치기를 하는 게 어디 있느냐. 여러분이 깡패 조폭이지 의원입니까”라고 항의했다. 성연철 석진환 송채경화 기자 soulfat@hani.co.kr
더 시간을 끌어도 야당과 합의처리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한나라당 안에선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판을 깰 수도 있는 비준동의안을 합의처리할 리 만무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오후 3시10분께 황 원내대표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던 시각, 국회 본관 2층 의원 출입구를 제외한 4곳의 출입문 철망이 내려갔다. 모든 문이 봉쇄됐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국회 건물 바깥을 세겹으로 에워쌌다. 본회의장을 방청할 수 있는 4층 기자석과 방청석도 모두 틀어막혔다. 3시20분께 붉게 상기된 얼굴의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 등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지만, 이미 상황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김 원내대표는 “사전에 연락 받으셨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낭패스러운 얼굴로 “(국회의장실에서) 5분 전에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야의 대치가 진행되던 중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피하는 등 잠시 소강상태가 있었지만, 회의장이 정돈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시 자리를 잡고 표결을 강행했다. 오후 4시29분,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이후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부수법안 14개도 “무효, 무효”를 외치는 민주당 의원들을 외면한 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다만 한나라당이 함께 처리하려 했던 김용덕, 박보영 두 대법관의 임명동의안 처리는 야당 의원들의 저지로 시도되지 않았다. 이정희 대표는 “대법관까지 날치기를 하는 게 어디 있느냐. 여러분이 깡패 조폭이지 의원입니까”라고 항의했다. 성연철 석진환 송채경화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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