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무효를 주장하며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던 민주통합당(옛 민주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정국에서 20일 등원을 결정하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통합당의 국회 등원에 대해 “야권 연대의 기초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 발효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촉구했어야 하고 한나라당이 쉽게 응하지 않는다면 연말까지라도 등원거부를 감수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야권연대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자꾸 한나라당 쪽으로 뒷걸음질을 치면 연대가 사실 소용이 없게 된다”며 “국민들은 지금 벌써 민주통합당의 등원결정에 대해서 누구편이냐 이렇게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통합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등원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홍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금 3년 연속 날치기로 예산 처리를 했다”며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민생예산 편성과 민생법안을 지킨다는 이유”로 등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이 상황이라면 한나라당이 혼자서 예산을 단독으로 처리하겠다고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이) 국회에 등원하면서 한나라당은 해체 직전의 난파선에서 예산안을 합의처리하는 여당의 위치를 회복한 셈”이라고 견해차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홍 대변인은 민주당이 거리 투쟁을 선언하며 내걸었던 등원 조건에 대해서도 “거의 관철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거리 투쟁을 선언하며 ISD 폐기, 미디어랩법 등을 비롯한 8가지 선결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홍 대변인은 “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여야가 함께 채택하기로 하고 피해보전대책 등을 이행하기로 했다”며 “거의 다 관철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의 사과 등의 조건은 이뤄지지 않았고 ISD 폐기도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민주통합당의 등원 결정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체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트위터 이용자 @ohppama***는 “야당 제1당으로서 민주통합당은 부끄럽지도 않나? 미디어 악법, 종편, FTA 날치기도 막아내지 못하고…때려치우고 다시 거리로 나와라”라고 트윗을 날렸다. @surysu***는 “민주당도 같이 심판받아야한다. 계속 한나라당에 끌려다니고 MB 만나 웃으며 등원협조에 칭찬이나 받고. 이런 당과 합당한 국민의명령도 다 반성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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