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판사
서기호 재임용 부적합 통보 받자 누리꾼들 ‘부글’
“그럼 신영철 대법관은 벌써 물러났어야지요”
“그럼 신영철 대법관은 벌써 물러났어야지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표현과 패러디물을 올렸던 서기호 판사와 이정렬 판사가 잇따라 재임용 탈락 심사와 징계 대상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사법 파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서 판사는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재임용 부적합’ 심사 통보를 받은 것으로 지난 31일 전해졌다. 서 판사는 지난 12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가카의 빅엿’이라는 글을 써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신중 하라”는 구두경고를 받은 바 있다.
헌법이 정한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대법원 인사위원회는 매년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재임용한 지 10년이 된 판사들을 대상으로 자질평가와 근무성적 등을 기준으로 다시 재임용 여부를 심사한다. 대법원은 서 판사에게 소명 기회를 준 뒤 거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법관 재임용에 탈락한 법관은 3명에 불과하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 재판 합의 내용을 공개한 이정렬(43·사법연수원 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같은 날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창원지법 박진수 공보담당 판사는 이날 “윤인태 창원지법원장이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법원조직법 제65조를 어긴 이 판사를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징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법원조직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이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법원 내부에서조차 ‘엉터리 판결을 했다’, ‘외부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메일을 받아 실정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합의내용을 공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이 대통령 패러디물인 ‘가카새키 짬뽕’ 사진을 올리는 등 법관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어느 정도까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렀다. 누리꾼들은 ‘개념 판사’라고 부르며 이 부장판사의 의견에 적극 호응했다. 반면 보수언론은 그를 ‘정치편향 판사’로 규정짓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 판사의 부적합 심사 통보와 징계위 회부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유명 트위터 이용자인 백찬홍(@mindgoo)씨는 “만약 두 판사가 문제가 있다면 재판에 불법 개입한 신영철 대법권은 벌써 물러났어야지요”라며 “이정렬, 서기호 두 판사에게 무한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actw***’는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은 표현의 자유와 법관의 신분보장을 규정한 헌법을 뒤흔드는 중요한 사법사건이란 인식이 법관들에게 공유되길 바란다”며 “이건 사법파동감”이라고 주장했다.
‘eternityits***’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말해온 소통과 ‘부러진 화살을 보며 반성하자’고 한 것은 서기호 판사 재임용 부적격자 분류와 완전 대비되네요”라고 썼다. ‘youth_ri***’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요? 보통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라며 “너무 슬픕니다”고 말했다. ‘Char***’는 “주위 압박이 힘들거나 더럽다고 그냥 법복 벗어 던지시면 안 됩니다. 파이팅입니다”라고 응원글을 올렸다.
서기호 판사는 트위터(@gihos1)에 “탈락 확정된 게 아니라, 연임(재임용) 적격 여부의 심사 통보받은 것. 저는 떳떳하기 때문에 다음주 법관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소명할 것입니다. 사직할 이유가 없죠. 참 별일이 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 판사는 또 “떳떳하기에 탈락 이후의 거취를 상상해보지도 않았다”며 “결과에 관계없이 언제나 제 내면의 양심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별다른 반응 없이 페이스북에 ‘보왕삼매론’이라는 법문을 올려 심정을 대신했다. 보왕삼매론은 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10가지 지침을 담고 있는 마지막 글로 이렇게 끝난다.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十被抑不求申明 抑申明則怨恨滋生)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