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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19년 만의 불명예 퇴진…박희태 의장직 사퇴

등록 2012-02-09 10:45수정 2012-02-09 17:02

‘돈봉투 파문’에 휩싸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1월18일 새벽 국외 순방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공항귀빈실에서 기자회견를 하기 전 마이크를 잡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박 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는 모르는 일이지만 4월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돈봉투 파문’에 휩싸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1월18일 새벽 국외 순방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공항귀빈실에서 기자회견를 하기 전 마이크를 잡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박 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는 모르는 일이지만 4월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공항/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인 9일 의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국회의장실 한종태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박 의장을 대신해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의장은 사퇴 회견문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 느끼며 의장직 그만두고자 한다”며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지난 2008년 당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당 대표 후보로 나서 고승덕 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현재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의장은 돈 봉투 사건이 불거진 직후 예정됐던 해외 순방을 떠났고, 입국 기자회견장에서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돈 봉투를 전달한 전 비서관 고명진(41)씨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검찰 수사가 자신을 향해 옥죄어 오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날 고씨가 고승덕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정무수석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고씨는 그동안 고 의원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받은) 돈은 내가 썼고 누구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해왔다. 고씨는 진술번복과 관련해 “정작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고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박 의장을 비롯해 돈봉투 사건에 개입한 윗선에 정치적 결단을 압박한 모양새다.

의장 임기 3개월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박 의장이 중도 사퇴한 것은 지난 1993년 4월 재산 파동에 휩싸인 박준규 국회의장이 의장직을 사퇴한 이후 19년 만에 이뤄진 입법부 수장의 불명예 퇴진이다.

 검사장 출신인 박 의장은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정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지역구인 경남 남해·하동에서 내리 5선을 하는 등 탄탄한 정치기반을 다져왔다. 민정당 대변인 시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유명한 말과 촌철살인 논평으로 ‘당대 최고의 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박 의장은 민정당에서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원내총무, 부총재, 최고위원 등을 두루 거치며 여당의 대표적인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 쪽 핵심 멤버인 ‘6인 회의’에서 활동하는 등 MB 정권의 실세로 급부상했다.

 박 의장은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해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MB 측근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오히려 인적 쇄신 대상자로 지목되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2008년 7월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고, 2009년 경남 양상 재보궐선거 당선, 2010년 국회의장 선출 등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정치적 재기의 기틀을 다졌던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의혹이 불거져 정치인생 말년에 불명예 퇴진을 맞게 되었다. 박 의장이 의장직 사퇴와 함께 국회의원직도 사퇴할지 등 앞으로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선 아직 나온 이야기가 없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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