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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복지, 부자증세만으론 불가능…괜찮은 일자리 있어야”

등록 2012-03-29 11:54수정 2012-03-29 21:48

민주통합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3번인 은수미 전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김종철 기자
민주통합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3번인 은수미 전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김종철 기자
사노맹 출신 민주당 비례후보 은수미

 “복지는 부자 증세만으로는 안 되며, 공정한 노동, 괜찮은 일자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색깔론은 현재에 살면서 미래를 꿈꾸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시대착오적이다.”

 민주통합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3번인 은수미(48) 전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뜨거운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답지 않게 시종 차분했다. 그러면서도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을 말할 때는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1990년대 초 비합법 운동단체였던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으로 6년간 옥살이를 한 뒤 뒤늦게 학교로 돌아가 학자가 된 노동문제 전문가이다. 그동안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언론인터뷰를 일절 사양해왔던 은수미 박사를 간신히 설득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사노맹 활동 소회
감옥서 고문후유증 고생
준법서약서 거부한 것은
인간 존엄성 지키기위해

 -민주당에서 전격적으로 영입했다는데?

 “지난 15일, 16일경 공천심사위에서 추천했다며 갑자기 민주당에서 연락이 왔다. 비정규 노동자 등 노동문제가 매우 중요하니 정책전문가가 나서 달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과 급히 상의하니 모두들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 수락했다. 노동연구원에는 바로 사표를 냈다. 내부 규정상으로는 굳이 사직하지 않아도 되지만, 정치활동을 하면서 연구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그만두었다.”

 -정치를 할 생각이 평소 있었나?

 “아니다. 그동안 감옥에서 살아나온 것에 감사했고 그래서 덤으로 사는 느낌이었다. 정치를 머릿속에 떠올릴 겨를도 없었다. 다만,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조사나 정책설계, 입안 및 조율 과정은 노·사·정 및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이다. 그것이 외형상 정치적 행위와 비슷해 보였던지 연구자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노동문제를 풀어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종 결정을 해야 했던 순간에,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자만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내가 필요하고 힘이 될 수 있다면 응하는 게 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는 이야기밖에 못하겠다.”

-진보적인 학자로서 민주당에 대한 주저는 없었는가?

 “없었다. 복지국가 이슈에 동의하고 정의로운 노동, 존중받는 노동 만들기에 관심이 있고 실천 의지도 있다면 내게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제 그렇게 할 것인가이다. 민주당과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을 협의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실천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이 있는 지자체에서라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당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뜻이었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수용하더라. 그 정도면 함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5년 모교인 서울대에서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부터 정부출연기관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노동 현장에 대한 실증적인 조사나 연구뿐 아니라 구체적인 노동정책을 설계하고 입안하는 일을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여야 각 정당 관계자들과도 머리를 맞댄 비정규직 노동 전문가이다.  

출마, 왜?
노동문제 해결위해 나서
기업 준법경영 법 만들어
비정규직 차별 풀어낼 것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을 차별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는 차별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의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일종의 아우성이다. 1980년대의 시대정신이 독재를 넘어선 민주주의 확립이었다면 2000년대에는 비정규직을 넘어선 복지국가의 확립이다.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나?

 “먼저, 대기업이 준법 경영을 할 수 있는 법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를 기업이 인정하고 지키도록 해야 한다. 현대차의 사내 하청 문제를 해결하면 전체 비정규직 문제의 30~40%를 해결하는 것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 두 개 중의 하나가 사내하청을 사용하며 그중 상당수는 현재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경우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법적 근거를 만들고 기업이 준법경영을 한다면 비정규직 숫자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또 주유소나 커피전문점 등의 아르바이트생의 최저 임금을 개선하고 체불임금을 없애는 등 기본적인 근로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이는 법 개선 이전에 정부의 의지만 있어도 가능하다.

 세 번째로 외형상 자영업자이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인 레미콘 노동자나 학습지 교사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헌법상의 노동3권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사가 자율적 규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만들어진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노동과 자본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쪽으로 사회는 발전해왔는데 왜 지금 노동이 중요한가?

 “노동은 인간사회와 공동체의 기본개념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바로 그 순간부터 먹고살기 위한 노동은 인간의 조건이었다. 자본이 아니라 노동이 먼저였지 않은가.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많은 사람이 희망하는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동은 필수적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 급식 등은 공정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야 가능하다. 그런데 비정규직 등 아예 세금을 낼 수 없는 사람(면세점 이하)이 40.3%나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복지를 할 수 없다.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은데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적다면 복지는 불가능하다. 복지는 부자 증세만으로는 안 되며, 공정한 노동, 괜찮은 일자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복지사회를 위해서도 노동 정의가 시급하다.”

 그는 사회주의적 제도로의 사회 변혁을 꿈꿨던 사노맹에서 정책실장 및 중앙위원으로,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박노해 시인 등과 함께 활동했다. 1992년 검거된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년간 복역한 뒤 1997년 출소했다.

색깔론 공격은
미래를 꿈꾸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
난 유토피아 꿈꾸지 않아

-과거 사노맹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980년대와 90년대 초는 20대 젊은이들이 타는 그리움으로 민주주의를 소망하고 목숨을 끊을 정도로 엄혹했던 시기다. 때문에 지금 보면 과도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날개를 펼쳐 본 것이다. 억누를수록 반발이 커지고 간절할수록 꿈이 커진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 이름이 뭐가 됐든 나는 현재 유토피아의 꿈을 꾸지 않는다. 아니 꾸지 못한다. 내 그릇이 그만큼 크지가 않은 탓이지만, 월 80만원 받고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급여를 월 120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마치 절벽에 뛰어넘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노맹 활동을 했던 열정만큼 혹은 그 이상을 쏟아야 하고, 지금 내게는 이 일이 중요하다.”

 -감옥에서 준법서약서를 쓰라는 회유가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들었다.

 “내가 많이 아프다 보니 성공회 신부들께서 당국에 탄원을 여러 차례 했다. 내가 모태 신앙인인 탓이지만 지금도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당국에서는 그것을 빌미로 내게 반성문이나 준법서약서를 쓰면 일찍 풀어주는 것을 고려해보겠다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거부했다. 이념 때문이 아니다. 사법적 판결을 거쳐 이미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또다시 준법서약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부정하는 것 같아서였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인간이고 싶었을 뿐이다. 개돼지 취급은 이미 고문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는데 또다시 떡 하나 던져주지, 하는 것 같아서 수용할 수 없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등에서 선거를 앞두고 일부 야당 후보 등에 대해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온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은 땅덩이도 작고 별다른 자원도 없으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분단국가이다. 때문에 거의 유일한 자원은 다양한 취향과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다. 색깔이 다양한 것을 존중하고 사회발전의 힘으로 만드는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더 이상 과거에 붙들려 있으면 발전은 없다. 그런 점에서 색깔론은 현재에 살면서 미래를 꿈꾸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시대착오적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여론주도층이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수감생활 동안 많이 아팠다는데 건강은 괜찮은가?

 “건강 체질인데도 수감생활이 쉽지 않았나 보다. 1992년 안기부에서 심하게 고문받고 그 후유증으로 소장과 대장 50센티미터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고, 결핵이 후두로 번져 한동안 말을 못했다. 죽더라도 나가서 죽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다행히 1997년 출옥 뒤 건강을 회복하고, 학교(서울대 사회학과)로 복귀한 뒤 석사,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한마디로 행운이다. 여러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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