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상돈 새누리 비대위원, 방송토론 중 돌연퇴장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긴급 중간광고
끝내 방송중단…누리꾼들 비난 쏟아져
새누리 “사전 협의 무시하고 허위 사실 유포…tvN 제소 예정”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긴급 중간광고
끝내 방송중단…누리꾼들 비난 쏟아져
새누리 “사전 협의 무시하고 허위 사실 유포…tvN 제소 예정”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와 당직자들이 잇따른 선거 토론회 돌출 행동과 토론 기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상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5일 새벽 생중계 토론회 도중 돌연 퇴장하는 돌발상황을 연출했다. 이 비대위원은 4일 밤 11시부터 생방송 된 케이블채널 〈tvN〉의 ‘백지연의 끝장 토론’에 출연했는데, 5일 새벽 3시30분께 건강상의 이유로 퇴장해버렸다. 이 비대위원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방송이 중단됐고, 방송사 쪽은 긴급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나 광고가 끝난 뒤에도 이 비대위원은 돌아오지 않았고, 함께 출연한 야당 쪽 패널만 남았다. 야당 쪽 패널들도 “새누리당이 빠진 상태에서 토론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이날 생중계 끝장 토론은 ‘잘 뽑아야 잘 산다’를 주제로 각 당 대표 패널로 이 비대위원을 비롯해 김진애 민주통합당 선대위 홍보본부장, 문정림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후보, 박원석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고성국 정치평론가 등이 출연했다. 애초 4일 밤 11시부터 생중계를 시작해 5일 오전 7시까지 8시간 생중계를 계획했으나 이 비대위원의 퇴장으로 끝장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끝을 맺는 파행을 겪었다.
〈tvN〉 제작진은 5일 애초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끝장 토론’ 출연을 확정했다가 생방송 3일 전과 하루 전날 두 차례 참석 불가를 통보하며 출연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이후 새누리당 선대위가 이 비대위원을 추천하고 이 비대위원도 이를 수락해 토론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날 오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께서 아침 스케줄이 계신 관계로 8시간 생방송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시고 스튜디오를 떠나시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 비대위원도 이날 오전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와 관련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이 비대위원은 “처음에 새벽 2시 이후는 곤란할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했다”며 “너무 힘들어서 불가피했다. 전반부 끝나면 끝나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비대위원의 돌출행동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와 당직자들의 토론 기피와 맞물려 비난을 사고 있다. 김종훈 서울 강남을 후보는 지난달 26일 MBC의 심야 토론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 출연과 관련해 “체력적 부담이 크다”며 “MBC에 주간(낮)으로 옮기라고 하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또 박선희 경기 안산 상록갑 후보는 지난달 31일 열린 방송 토론회 도중 15분간 자리를 비워 주변을 당황하게 했다. 박 후보는 이 일로 ‘퇴장녀’라고 누리꾼들의 비아냥을 샀다.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도 3일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출연해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저는 모르죠”라고 답하고, “제가 청와댑니까, 왜 나한테 그러냐” 등의 돌출발언으로 ‘박근혜의 앵무새’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 밖에도 서용교 부산 남을, 박성호 경남 창원 의창 후보 등이 지역 선관위와 지역 방송사 주최 토론회에 불참하는 등 새누리당 후보들의 방송 토론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의 잇따른 토론회 잡음과 관련해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현재 (당에서) 토론해 참가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굉장히 제한돼 있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선 새누리당 후보들과 당직자들의 행태를 “유권자와 국민에 대한 무시”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 비대위원과 끝장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트위터(@jk_space)에 “공당의 대표로 나온 패널이 이럴 수 있는가요? 새누리당의 토론 도망증입니까?”라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 서영석(@du0280)씨는 “TV토론을 회피하거나 토론도중 도망간 새누리당에 그나마 괜찮다는 이상돈 비대위원도 ‘도망남’ 됐다”며 “이러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도망당’이란 오명이 붙겠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이용자 @barry_lee는 “새누리당은 김종훈 후보도 건강 나쁘다며 백분토론 거절하더니 왜들 이리 건강이 안 좋나요”라며 “갑자기 죽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서 어디 믿고 나라 맡기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 중에 도망간 이도 한심하지만 고령의 이상돈씨를 끝장 토론에 내보내고 자기들은 모른 척하는 새누리당 후보들은 뭔가요?”라며 “질문지 없다고 도망가질 않나 아예 법적으로 해야 하는 후보자 간 토론을 거부하지 않나,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비난의 화살을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돌렸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tvN〉 제작진이 사전 약속을 어겨놓고 이 비대위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제작진을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홍보국 이명원 과장은 <한겨레> 통화에서 “출연 요청이 왔을 때 이준석 비대위원이 나가기로 했으나 제작진이 거부해 이상돈 비대위원을 3시간만 출연하는 조건으로 사전 협의해 출연한 것”이라며 “사전 협의를 무시하고 이상돈 비대위원이 무단 퇴장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해 새누리당 선거운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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