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 민주통합당 선거대책본부장(앞줄 뒷모습)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남윤인순 비례대표 당선자와 포옹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9대 총선 이후] ‘한명숙 사퇴’ 공방
“한대표 사퇴를” “대선구도 흔들” 맞서
반대쪽선 “전대 앞당겨 대선주자 뽑으면 불리”
한대표는 사퇴의사 전달…최고위 결론 못내
“한대표 사퇴를” “대선구도 흔들” 맞서
반대쪽선 “전대 앞당겨 대선주자 뽑으면 불리”
한대표는 사퇴의사 전달…최고위 결론 못내
19대 총선에 패배한 민주통합당이 한명숙 대표의 진퇴를 둘러싸고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한명숙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쪽과 당장 물러나게 되면 앞으로의 대선 스케줄이 혼란을 겪게 된다는 현실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 책임론은 박지원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제기했다. 박 최고위원은 12일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총선에 나서는 민주당은 문제가 많았다”며 “한 계파가 (공천을) 독식하고, 시대착오적인 경선으로 반발을 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은 우리에게 정권을 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전략적인 오류로 이를 받아내지 못했다”며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성민 전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5년 만에 하늘이 준 정권교체 기회를 민주당이 오만과 자만으로 망쳤다”며 “한 대표는 당 대표직,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도 11일 밤 최고위원들에게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선숙 사무총장도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오늘로 맡은 바를 다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12일 저녁 8시에 최고위원회를 열어 총선 패배에 따른 당 정비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한 대표와 현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게 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민주당의 고참 당직자는 “비대위원회 체제로 가면서 대선주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6월 중순으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한명숙 대표 주변에서 대선주자들을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인위적으로 앞당길 경우 대선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뚜렷한 결론이 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도부가 사퇴하면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열게 되어 있다. 한 대표가 사퇴하면서 지금의 지도부가 물러나게 되면 6월 중순에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주자를 뽑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대선 구도가 지나치게 앞당겨 지면서 민주당에 불리한 국면이 올 수도 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당선자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날 오전 한명숙 대표를 따로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당선자 쪽 관계자는 “진짜 책임있는 태도는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인식하고 앞으로 다가올 정치 일정을 책임있게 정리하는 것”이라며 “한명숙 대표가 진정 책임을 지는 것은 이런 모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지원 최고위원과 이인영 최고위원 등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 한 대표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강력한 당 쇄신을 주장하면서 당의 체제를 크게 바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올해 중반부터 곳곳에서 재보궐 선거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여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강도 높은 쇄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처럼 대선주자가 직접 당권을 쥐는 체제로 가자는 요구도 나올 수 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인사들에게 ‘친노’ 대통령은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내가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당선자로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 반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인영 최고위원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민평련계’도 이번 총선에서 17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주요 계파가 됐다. 총선 이후를 내다보며 활발히 현장을 뛰어다녔던 손학규 전 대표도 이들과 행동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손 전 대표도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세력이 상당수 배척됐지만, 10명이 넘는 우군들을 당선시켜 독자적 세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박영선 전 최고위원의 움직임도 주목해 봐야 한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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