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휴대전화 감청이 가능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한테서 휴대전화 감청 여부를 질문받고 “지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고 여러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김 원장은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위원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은 사실상 시인으로 해석되는 것이 통례 아니냐”라며 “답변을 들은 정보위원들조차 불안해 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김 원장의 답변을 전해 듣고는, 발언의 진위 여부 등 경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쪽은 2일 “김 원장이 ‘좀 더 확인해 본 뒤 보고하겠다’고 한 말이 와전된 것 같다”며 “휴대폰 감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어 “누군가가 나의 대화를 엿듣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터에, 국정원장이 불분명한 발언으로 ‘도청 불안’을 도리어 증폭시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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