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내담당 부서’ 없애라
“국내사찰 열올리다 도청 무리수
대북·국외정보 전담 거듭나야”
대북·국외정보 전담 거듭나야”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국가정보원도 불법도청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아예 폐지하고 대북·국외 정보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의 불법도청이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변호사)은 7일 “안기부와 국정원에 걸친 도청은, 결국 무리를 해서라도 국내 정보를 수집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과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대북·국외 정보 수집·관리를 맡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재편안 입법” 등 한목소리
노 대통령 ‘개혁 공약’ 진전없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도 “국정원은 ‘보안 정보’를 명분으로 각종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정보원법의 직무 범위에 없는 것”이라며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의 폐지는 물론,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라고 볼 수 없는 보안감사권과 신원조사권 등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국정원 개혁안과 정보기관 재편 방안을 마련 중이며, 9월 정기국회에서 당을 통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국정원의 국내정치 사찰 기능을 없애고, 해외정보 및 안보 관련 정보 수집에 집중하도록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도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국정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명분과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해체되어야 한다”며 “남북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고,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정보기구를 국민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현재 국내담당 2차장 산하에 수천명의 직원들이 국회, 정부 부처, 정당, 주요 대기업, 언론사, 지방 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을 출입하며 사생활 정보, 인맥, 비위 사실, 조직의 정책 방향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최근 밝혀진 특수도청팀 ‘미림’은 당시 국내담당이던 1차장 산하에 설치된 조직이었다.
국정원의 이런 국내 정보 수집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국가정보원법 제3조의 ‘직무’에 있는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가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의 근거라고 주장하지만, 이 조항은 국내 보안정보의 범주를 “대공·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 범죄조직”으로 제한해 명시해 놓고 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2002년 11월 “집권하면 국가정보원의 국내 사찰 업무 일체를 중단시킬 것이며, 국정원을 국가를 위해 해외 정보만을 수집하고 다루는 ‘해외정보처’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또 당선자 시절이던 2003년 1월에는 개혁 방안으로 △정보감독위원회 신설 △국회 예산심사 통제권 확대 △직무범위의 명확화 등을 제시한 바 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강희철 황준범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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