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 무차별 수집
국정원 권한 남용 실태
요원들 ‘출입처’ 동태 파악은 기본
신용카드도 ‘접근 권한’ 받아 열람
“우리는 국정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국가정보원은 ‘국내 보안정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국내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국내담당 2차장 산하에서 수집·분석된 정보는 실제로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민정수석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정기 또는 부정기로 보고된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인사 정보 의존도는 아직도 절대적”이라고 전했다.
이런 ‘수요’에 따라 국가정보원에서는 수천명의 직원들을 연락관, 조정관 등의 이름으로 수많은 ‘출입처’에 내보내고 있다. 예를 들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도 10여명의 국정원 직원들이 드나들며 각 의원실의 입법 추진 상황, 당내 활동 등 세세한 동향을 파악하고, 정치권에 돌아다니는 소문도 수집한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는 각종 보고서 형태로 조직 상부에 전달된다.
신원조사권은 인품까지 조사 대상
상부 지시 한마디면 악용 ‘떡먹기’
이들의 정보 수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각종 자금 흐름에 관한 정보, 국세청이 관리하는 신용카드 정보, 법무부가 관리하는 출입국 관리 정보 등의 내용도 자유롭게 검색해 활용하고 있다. 보안업무 규정의 ‘보안 조사권’을 근거로, 해당 기관에서 아이디 등 접근 권한을 부여받아 국민들의 개인 정보를 열람하고 있는 것이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7일 “도청도 큰 문제이지만, 국민의 동선·취향·씀씀이 등 개인의 정보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신용카드 정보까지 맘대로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장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신원조사권도 논란의 대상이다. 국정원장은 △공무원 임용 예정자 △비밀취급 인가 예정자 △국외여행을 하려는 자 △국가보안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 6가지 유형의 신원조사 대상에 대해, 기본적인 가족관계와 학력·경력은 물론, 접촉 인물, 본인과 배후 사상 관계, 인품 및 소행 등 광범위한 조사를 할 수 있다.
국정원 자료 등을 보면, 국내 정보 수집에 투입되는 인원은 북한 분야를 포함할 경우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53%나 된다. 또 이들이 사용하는 예산은 국정원 전체 정보비(예산)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재외정보 분야의 인원은 47%, 배정된 예산은 36%에 불과하다. 국정원은 “정치사찰은 이제 없다”며,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집된 정보의 ‘용도’를 따지기 이전에,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다. 국정원법은 △대공 △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국제 범죄조직에 한해서만 보안정보를 수집하도록 범위를 정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 개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은 법에 없는 것이다.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사적인 관심사에 따라 정보수집 기능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던 김은성 2차장은 당시 검찰을 출입하는 직원에게 “검찰의 진승현 사건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연락관이 상부의 지시 한마디로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우”라며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있는 한, 직원들은 물론 그들이 수집한 정보가 악용될 소지는 항상 있다”고 말했다. 차병직 변호사(참여연대 사무처장)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불법도청이 계속 이뤄졌다는 사실은, 국정원에 대해 제도적인 개선을 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결단에만 기댈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상부 지시 한마디면 악용 ‘떡먹기’
국정원 개혁 방안
이들의 정보 수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각종 자금 흐름에 관한 정보, 국세청이 관리하는 신용카드 정보, 법무부가 관리하는 출입국 관리 정보 등의 내용도 자유롭게 검색해 활용하고 있다. 보안업무 규정의 ‘보안 조사권’을 근거로, 해당 기관에서 아이디 등 접근 권한을 부여받아 국민들의 개인 정보를 열람하고 있는 것이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7일 “도청도 큰 문제이지만, 국민의 동선·취향·씀씀이 등 개인의 정보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신용카드 정보까지 맘대로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장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신원조사권도 논란의 대상이다. 국정원장은 △공무원 임용 예정자 △비밀취급 인가 예정자 △국외여행을 하려는 자 △국가보안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 6가지 유형의 신원조사 대상에 대해, 기본적인 가족관계와 학력·경력은 물론, 접촉 인물, 본인과 배후 사상 관계, 인품 및 소행 등 광범위한 조사를 할 수 있다.
국정원 자료 등을 보면, 국내 정보 수집에 투입되는 인원은 북한 분야를 포함할 경우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53%나 된다. 또 이들이 사용하는 예산은 국정원 전체 정보비(예산)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재외정보 분야의 인원은 47%, 배정된 예산은 36%에 불과하다. 국정원은 “정치사찰은 이제 없다”며,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집된 정보의 ‘용도’를 따지기 이전에,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다. 국정원법은 △대공 △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국제 범죄조직에 한해서만 보안정보를 수집하도록 범위를 정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 개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은 법에 없는 것이다.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사적인 관심사에 따라 정보수집 기능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던 김은성 2차장은 당시 검찰을 출입하는 직원에게 “검찰의 진승현 사건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연락관이 상부의 지시 한마디로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우”라며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있는 한, 직원들은 물론 그들이 수집한 정보가 악용될 소지는 항상 있다”고 말했다. 차병직 변호사(참여연대 사무처장)는 “국민의 정부에서도 불법도청이 계속 이뤄졌다는 사실은, 국정원에 대해 제도적인 개선을 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결단에만 기댈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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