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문재인 캠프 대변인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 대한 문재인 캠프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안철수 사퇴 “문재인 지지” 문재인 캠프 반응
“설마했는데 충격적이다. 마냥 좋아할 수도 없고, 머리가 멍하다.”
23일 저녁 8시20분, 텔레비전 화면으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의 실무자는 짧은 탄성을 내뱉은 뒤 이렇게 말했다.
단일화 결렬과 야권 두 후보의 동시 후보등록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면서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돼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당혹스러움이 묻어 있다. 양보를 통해 얻어낸 단일화가 외부에 어떻게 비칠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속내도 담겨 있었다.
오후까지 이어진 두 후보 대리인들의 협상이 무산된 뒤 안 후보가 저녁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한때 문 후보 캠프에는 짙은 그림자가 깔렸다. ‘단일화가 깨지는 게 아니냐’, ‘안 후보가 후보 담판을 다시 제안할 것이다’ 등의 말들이 돌았다.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문 후보 캠프로서는 엄청난 희소식을 접한 것이지만, 캠프에는 안 후보가 사퇴를 선언한 뒤에도 밤늦게까지 또다른 의미의 침묵이 이어졌다. 일부 실무자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은 ‘문재인 단일후보 확정’을 반기며 안 후보를 치켜세웠지만, 캠프 전체적인 분위기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선거대책위 차원의 공식 반응도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나왔다. 진성준 캠프 대변인은 밤 9시20분 “우리 모두가 안 후보에게 큰 빚을 졌다. 안 후보와 그를 지지한 모든 국민과 함께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새정치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취지의 짧은 논평을 냈다. 한 핵심 인사는 “안 후보의 전격적인 양보를 어떻게 대하고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당분간 캠프 차원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을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는 짧은 트위트를 남겼고, 이후 우상호 캠프 공보단장을 통해 “정치혁신과 새정치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짧은 메시지를 발표했다. 문 후보는 선대위에도 캠프 차원의 신중하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캠프의 한 공동선대위원장은 “문 후보가 상당히 험난하고 위태로운 시험대에 올라간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안 후보 지지층을 포용하는 문제가 말처럼 쉽지 않다. 야권 단일화를 원했던 야권 지지자들도 이제 문 후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선대위 차원에서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현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고 돌파해 나가는 것은 오롯이 후보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또다른 관계자도 “단일화 과정이 경쟁을 통한 승리가 아니라 안 후보의 전격적인 양보로 이뤄진 만큼 단일화가 되었다고 해서 문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진 게 아니다”고 경계했다. 그는 이어 “지금껏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협화음과 갈등에 대한 책임도 이제 문 후보가 떠안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전망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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