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 대선공약 쟁점
한국백혈병환우회 대외협력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진석(40)씨는 2004년 11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05년 7월까지 아홉달 동안 네 차례나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진료비가 9700만원이나 쌓였다. 이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500만원가량의 진료비는 박 국장이 부담했다. 그는 “현재도 백혈병 환자는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의 5%만 내면 되지만, 여전히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비급여 검사 및 항암제 등에 약 3000만~5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본인 부담금 100만원 상한제가 병원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건강보험료) 비급여(항목)를 급여에 포함시키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내세운 ‘의료비 본인 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다.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약 38조원이 소요될 문재인표 복지의 4분의 1(금액 기준)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도 크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4대 중증질환(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에 대해 건강보험이 100%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문 후보의 100만원 상한제에 견주면 일반인들의 체감도가 낮은 편이다. 때문에 박 후보 쪽도 문 후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건강보험료 폭탄론’을 제기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지금도 소득수준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에 대해선 ‘200만~400만원’까지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 이는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박진석씨처럼 ‘비급여 진료비’ 부담이 큰 환자의 경우에는 그 혜택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문 후보 쪽은 실질적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연간 8조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조6000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대대적으로 ‘급여 항목’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임기 말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평균 80%(현재 6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원조달은 가능할까? 박 후보의 의료복지 공약을 책임지고 있는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100만원 상한제는 의료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재원도 민주당이 얘기하는 8조5000억원이 아니라, 14조2000억~21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후보의 의료복지 공약을 총괄하는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8조5000억원은 (김 의원이 주장하는) 수요 증가분을 반영한 수치다. 현재 국민들이 자기 주머니에서 부담하는 의료비가 16조~17조원가량 되는데, 어떻게 재원 부담이 최대 21조원으로 늘어날 수 있나?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일종의 공포심을 주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 쪽은 건강보험료에 대한 국고지원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늘리고, 임대 및 금융소득 등에도 보험료를 물리는 부과체계 개편, 가구당 월평균 5000원의 보험료 인상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조차 이런 재원조달 방안에 의문을 품고 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고지원율을 올리려면 새누리당의 동의를 얻어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 하는데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엄청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커 빠른 시간 안에 획기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후보도 이런 재원 마련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현숙 의원은 “박 후보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80%까지 올리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 이행 과정, 재원 소요 및 조달 방안에 대해선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박 후보 쪽은 4대 중증질환 진료비의 전액 국가보장에 약 1조5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계획이라고만 공개해왔을 뿐이다.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안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받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건호 위원장은 “국고지원율은 놔두고 보험료 부과체계는 단계적으로 개선하되, 2017년 가구당 건보료 부담을 평균 (문 후보가 제시한 5000원이 아니라) 약 3만원 올리는 방안이 낫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면 국민들이 충분히 동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국고류이근 김양중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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