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근혜 후보, 이정희 후보.
“여성대통령 아닌 여왕은 안돼
골목상권 지키겠다며 법 막았나”
골목상권 지키겠다며 법 막았나”
4일 열린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의 주인공은 단연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였다. 이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불통·독선·오만의 여왕’으로 규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경력까지 거론하며 박 후보를 시종일관 거세게 몰아세웠다.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건네받은 비자금 6억원 환원 약속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토론 초반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사회자의 공통 질문에 “공감과 소통·경청의 리더십이다. 박근혜 후보가 보여준 건 오만과 독선이다. 청와대에 가면 여왕이 된다. 여성 대통령은 필요하지만 여왕은 안 된다”고 박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국민의 정치불신 해소 방안을 두고선 “재벌 편드는 정치, 색깔론을 누가 만들었냐”며 박 후보를 몰아붙였다.
박 후보도 “대통령은 분명한 국가관이 있어야 한다. 애국가도 안 부르는데 대통령 되면 국민의례를 할 것이냐”며 이 후보를 향해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 후보는 “저는 국민의례를 다 했다. 제대로 알고 질문하시라”고 공박했다. 이 후보는 연이어 박 후보를 향해 “골목상권 지키겠다면서 법 개정을 막았다. 비정규직 철폐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최저임금의 평균임금화를 막았다.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라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다를 바 없다”며 박 후보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또 “일제에 충성 혈서를 쓴 다카키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는 좌경용공에서 나라를 지킨다며 유신을 했다. 친일과 독재의 뿌리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애국가 부를 자격도 없다”고 박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과 유신을 문제삼았다. 박 후보는 곤혹스러운 듯 얼굴이 붉어지며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상설특검제 등 측근 및 권력형 비리 엄단 정책을 강조하자 “박 후보는 장물로 월급받고 살아온 분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6억원,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는 돈, 박정희 대통령이 재벌에서 받은 돈을 받았다. 측근 비리가 드러나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하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토론 후반 “계속 (야권) 단일화를 주장하며 자꾸 토론회에 나오느냐”며 이 후보가 막판에 야권 연대를 주장하며 사퇴하는 것 아니냐며 재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에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진보정권으로 (정권)교체하려는 것이다”라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토론 중간에 “박 후보가 저희 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김석기, 이재연’이라고 잘못 불렀다. 문 후보도 민주노동당이라고 하셨는데, 통합진보당이다. 예의를 갖춰달라”고 꼬집는 등 토론 분위기를 주도했다. 토론이 끝난 뒤 이 후보는 “그동안 정말 답답했던 분들 많아서, 그분들 말씀을 대신 터놓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아무도 입밖으로 꺼지내 않았던 팩트(사실)를 공중파에서 던졌다.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박정희가 친일파였다는 것을 이정희 덕분에 알았다”, “통쾌하다”는 등 토론회를 사실상 쥐고 흔든 이 후보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토론 예절부터 좀 배우고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을 잘한 건 맞지만 본인에게 문제가 될 말들은 피해갔다”며 이 후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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