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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박 “신불자 빚 50~70% 탕감”…선별적 구제
문 “최고이자율 25%로 제한”…보편적 혜택

등록 2012-12-10 21:18수정 2012-12-11 02:31

대선공약 쟁점-가계부채
박 공약엔 역차별 논란
“성실히 빚갚는 사람이 되레 손해”

문 공약엔 풍선효과 우려
“급전 필요땐 불법 사금융 쏠릴것”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아무개씨(45)는 월소득 350만원의 절반가량인 220만원을 빚 갚는데 쓴다. 두 아이 교육비와 생활비 등 매달 60만원이 적자다. 이씨는 1993년 결혼 뒤 2005년 내집마련의 꿈을 이뤘다. 대출금 1억원을 끼고 2억5000만원에 산 아파트는 한때 호가가 3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씨의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서 지금은 구매가보다 5% 이상 내려앉았다. 경기침체로 회사의 임금체불도 잦아졌다. 아파트 대출금도 카드로 돌려막고 있다. 남은 빚은 아직 8000만원. 채무자 1300만명,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의 한 초상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공약대로라면, 이씨는 생활자금 용도로 빌린 연 20% 이상 고금리 카드론 대출의 일부를 저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될 경우, 4000만원(채무액의 50%)을 탕감받게 된다. 신용불량자 322만명의 빚을 일률적으로 50~70% 감면해준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 18조원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해결책은 이씨의 가계부채 문제가 더 악화(개인회생절차)될 경우, 대응법을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그 전에 이씨 아파트 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방식을 변동금리·일시상환에서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꿔주는 것은 박 후보 쪽과 차이가 없다.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은 이씨의 소득·재산 등을 따져 채무를 어느 정도 감면하고 나머지를 3년에 걸쳐 나눠 갚도록 한다. 문 후보는 빚을 갚는 기간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시킨데 방점을 찍는다. 가능한 한 빨리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매년 개인회생결정을 받은 5만~6만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문 후보는 또 이씨가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하게 되면 압류가 금지된 ‘힐링통장’(저축통장)을 만들어 재기를 돕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두 후보 모두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고 채무를 재조정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문 후보는 최고이자율을 현행 39%에서 25%로 낮추도록 이자제한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박 후보는 이 경우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며 한 사람당 1000만원 한도 안에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은행대출로 전환해 주자는 쪽이다. 박 후보 공약은 현재 고금리 부담 채무자를 선별적으로 구제하자는 것이다. 문 후보는 수혜자가 보편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가계부채 공약 중 가장 논란이 이는 내용이 박 후보가 내놓은 신용불량자 ‘부채탕감’ 이다. 도덕적 해이 우려와 형평성 시비 때문이다. 탕감을 기대해 빚을 아예 갚지 않거나 어려운 상황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되레 차별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재원조달을 위해선 납세자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는 점도 논쟁거리다.

박 후보의 정책을 실무총괄하는 안종범 의원은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우려는 크지 않다. 지금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30~40%가량의 빚을 감면해 주지만 신청자는 10%도 안 되고 열심히 일해 스스로 빚을 갚으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재정부담에 대해서도 “현재 자산관리공사 등에 남아있는 자투리 자금을 활용해 1조8000억원을 만든 뒤 이를 지렛대 삼아 채권 18조원을 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금을 통해 채권을 발행한다 해도 본질적으로 공공기관의 부채라는 점에서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문 후보 쪽 이정우 교수는 “빚을 탕감해주면 누가 근검절약 하겠느냐. 농가부채 등 온갖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가계부채만 따로 떼 탕감해 준다는 건 선심공세”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채 탕감’은 다소 성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민간경제 연구소 연구위원은 “재정을 투입해 빚을 깎아주는 건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을 교란해 국가경제에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놓는 마지막 처방전이다. 과연 지금이 그런 시기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류이근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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