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소속 의원 9명 1억5000만원 들여 외유
국회의원 연금 128억도 새해 예산안에 포함돼
국회의원 연금 128억도 새해 예산안에 포함돼
새해 초부터 국회의원들의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가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여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올해 예산을 처리하자마자 1억5000만원의 세금을 들여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집단 외유를 떠났다. 지난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퇴임 후 매달 120만원씩 받는 연금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새해 예산안에 국회의원 연금 128억원이 포함돼 이 약속도 물건너갔다.
3일 국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윤석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학용(간사)·김재경·김성태·권성동 의원, 민주통합당 최재성(간사)·민홍철·안규백·홍영표 의원 등 여야 계수조정소위 위원 6명을 포함한 9명이 2개조로 나뉘어 지난 1일과 2일 각각 해외시찰을 떠났다. 외국 국회의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한는 명목이다.
장윤석 위원장과 김재경·권성동·안규백·민홍철 의원은 10박11일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중남미로 출국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 3개국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여야 간사인 김학용·최재성 의원은 계수소위에서 함께 활동한 김성태·홍영표 의원과 함께 2일 오후 아프리카 시찰에 나섰다.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보고, 아랍에미리트·두바이를 경유해 귀국하는 일정이다.
해외시찰 경비는 전액 국회 예결특위 예산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팀당 7000여만원씩 1억5000만원이 의원 9명의 항공료와 체류비 등 여행경비로 쓰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18대 대선 후보였던 강지원 변호사는 이날 아침 <기독교방송>에 출연해 “중남미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예산심사에 관해서 연구를 해 오겠다는데, 이건 우리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나? 이 사람들 오면 여행비용 1억 몇천만원인가 들었다고 하는데, 이거 다 반납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불교방송>에 출연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돌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꾼들도 “정치인들이 변한 것이 없다. 투표 때면 한 표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던 말은 다 거짓말” “이런 기사는 몇 년 전에도 들었던 내용인 거 같은데. 뭘 보고 왔는지 들어봐야 한다” “(9명의) 명단은 필히 다음 낙선자 명단에 올릴 것을 청원합니다” “분통이 터진다. 국민 세금이 자기들 돈인가”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국회의원 연금 128억원이 새해 예산안에 포함돼 지난 해 대선 전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약속 중 하나였던 의원연금 폐지는 물 건너갔다. 65살 이상 전직 의원들은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국민 세금으로 받고 있다. 비리 혐의로 처벌 받아도 한 번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으면 평생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여야의원들의 연금 폐지 약속은 선거용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강지원 변호사는 “헌법에 (국회의원 등)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고 돼 있다. 봉사적인 과제가 먼저다. 그러나 그런 거 다 없애버리고 (국회의원 자리를) 돈벌이로 생각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영국은 국회의원들이 꼬박꼬박 돈을 낸다. 미국은 5년 이상을 재직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고, 스웨덴은 12년 이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일본은 (국회의원 연금을) 아예 없애버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하루만 했다고 해도 120만원씩 주는데 말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노후에 120만원을 받으려면 매달 30만원씩 30년을 꼬박 넣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본인부담금 전혀 없이 65살이 되면 매달 120만원씩을 받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국민을 희롱하는 건가. 이거 국민청원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이 나라의 정치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대선 전만해도 특권 내려놓기로 연금 폐지 노랠하더니 128억 퀵으로 통과시켰다” “국회의원 연금 폐지하라. 이거 민주당이 추진하면 진정성 이해해준다” 등의 반응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