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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입원 뒤 연락 차단 ‘친박 숨은 실세’ 최외출, 잠적 아니라 ‘외출’?

등록 2013-01-11 21:10수정 2013-01-12 11:57

[토요판] 뉴스분석 왜?/ ‘박근혜 최측근’ 최외출의 정정 신청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숨은 실세’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한겨레> 기사에 대해 단단히 뿔났습니다. 지난해 11월3일치 토요판이 보도한 ‘최필립 잠적, 박근혜 실세참모인 최외출도 잠적’ 기사의 제목 가운데 등장하는 ‘잠적’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습니다. 자신에 대한 다른 언론사의 이런저런 ‘오보’에는 입을 열지 않았던 최 교수가 유독 한겨레 보도에 딴죽을 건 이유는 뭘까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깁니다.

지난해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겨레> 토요판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출석요구서 한통이 도착했다. 신청인 ‘최외출’의 정정보도 청구에 따라 언론조정기일이 잡혔으니 정해진 날짜에 나오라는 문서였다.

최외출 영남대 교수(지역 및 복지행정학과)는 말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이다. 대선 이후 많은 언론은 최 교수에게 ‘숨은 실세’ 혹은 ‘그림자 실세’, ‘조용한 조율자’ 등의 수식어를 붙여줬다. 박 당선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핵심 참모이면서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최 교수가 대선 기간 박 당선인 캠프에서 맡았던 직함은 기획조정특보였다. 당시 캠프 안에서도 그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가 2007년 대선 전부터 안종범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등과 함께 ‘5인 스터디 모임’을 이끌며 박 당선인의 ‘경제 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가 알려졌을 따름이다. 박 당선인의 대구·경북(TK) 인맥(경북 김천 출신)으로 분류되는 그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캠프 기획조정특보의 직함마저 내려놓은 채 조용히 대구로 내려갔다.

보도 핵심은 ‘지분매각 논란 관련자들의 침묵’

최 교수의 이름이 대선 직전 언론에 오르내린 적은 크게 두번이었다. 먼저 지난해 9월25일 대선 후보 시절의 박 당선인이 소설가 이외수씨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박근혜-이외수’의 만남을 미리 조율한 사람이 최 교수였다. 애초 박 당선인의 방문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이씨는 최 교수를 만난 뒤 생각을 바꿨다. 이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최외출 특보는 나와 코드가 통했다. ‘외딴집에서 태어나’ 이름이 외출이라고 말했다. 가난이 바탕이 된 삶의 치열성이 나와 닮아 있었다. 달변은 아니었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안대희 전 대법관과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 등을 박 당선인 캠프로 끌어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박 당선인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는 사람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정수장학회 문제가 곪아터진 적이 있었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문화방송>(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이 지난해 10월8일 만나 정수장학회 소유의 언론사 지분매각에 관한 논의를 했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2012년 10월13일치 토요판 ‘최필립의 비밀회동’ 참고)로 알려진 것이었다.

정수장학회의 지분매각 논의가 박 당선인을 위한 ‘선거 지원용’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박 당선인 쪽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나섰다. 한겨레의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가 이뤄진 다음날, 그가 이창원 정수장학회 사무처장과 8차례에 걸쳐 전화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는 “‘정수장학회와 나는 관련이 없다’는 박 후보의 주장과 달리 최측근인 최 교수가 정수장학회 쪽과 대책논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조선일보>를 보면 최 교수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맞는 것인지, 어떻게 보도가 나왔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 이 사무처장도 상황이 잘 파악이 안 된다고 대답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최 교수와 한겨레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한겨레는 최 교수를 상대로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에 관한 박 당선인의 지시·허락·동의 여부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에 관한 박 당선인의 견해 △새누리당 공보단 소속이 아닌 최 교수가 정수장학회와 8차례 전화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 등을 묻고자 했다. 박 당선인은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10월15일 “지역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것 가지고 야당이나 저나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가,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2일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지분매각 과정에 대해 “명쾌하고 투명하며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며 말을 바꿨다. 어느 쪽이 박 당선인의 진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 이후
최외출이 정수장학회 관계자와
8차례 통화했다는 게 밝혀졌다
대선 때까지 수차례 연락했지만
실패였다, 아무도 소재를 몰랐다
한데 갑자기 언론중재위로부터…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만
기자가 연락한 것도 아닌데
그는 입원기록을 들이밀었다
‘잠적’이란 용어가 부정적이라
자신의 명예는 물론 박근혜의
신뢰와 평판까지 훼손했단다

지난해 10월14일 최 교수가 정수장학회 쪽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한겨레는 다양한 방식으로 최 교수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박 당선인 캠프는 물론 그가 몸담고 있던 영남대 대외협력부총장실과 박정희리더십연구원 등 어디에서도 그의 소재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영남대 관계자에게 메모를 남겨놓겠다고 하자 “우리도 (최 교수에게) 직접 연락할 방법은 없으나, 연락이 닿을 만한 분께 메모는 전달해드리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 당선인 캠프 공보단에서는 “한겨레의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보도 이후, 캠프에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소라도 알려달라고 했으나 “우리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3일치 한겨레 토요판(온라인에는 11월2일 오후 게재)에 실린 ‘최필립 잠적, 박근혜 실세참모인 최외출도 잠적’ 제목의 기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당시 한겨레 보도의 핵심은 정수장학회 지분매각에 대해 ‘명쾌하고 투명하며 소상하게’ 입장 및 배경을 밝혀야 할 최필립 이사장 등 관련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사실을 환기하는 것이었다. 최 교수도 기사에 소개된 관련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가 등장하는 대목은 이랬다.

“…비밀회동 보도가 나간 직후인 10월14일 그의 ‘실세 참모’로 불리는 최외출 기획조정특보가 정수장학회의 이창원 사무처장과 8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 특보는 이 사무처장과의 통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한겨레 전화를 일절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캠프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 불성립 결정에 “법원 판단 받겠다”

한겨레는 보도를 내보낸 뒤에도 12월 초까지 최 교수에게 수차례 연락을 했다. 마지막 접촉 시도는 12월5일 오후 2시께 보낸 “최외출 특보님 한겨레 최성진 기자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할는지요” 내용의 문자메시지였다. 최 교수 쪽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연락이 온 것은 대선이 치러진 뒤인 지난 12월31일이었다. 이날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도착한 출석요구서에 최 교수 쪽이 덧붙인 ‘(언론)조정신청이유’가 한겨레에 대한 그의 첫번째 ‘대답’이었다. 최 교수 쪽은 한겨레 기사 가운데 “최 특보는 이 사무처장과의 통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한겨레 전화를 일절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캠프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을 문제삼았다.

최 교수 쪽 변환철 변호사는 조정신청이유에서 “당시 신청인(최외출)은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습니다. 신청인은 본인의 입원이 알려지면 친지나 지인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그들이 문병을 오는 등 번거롭게 할 우려가 있어 자신의 입원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변 변호사는 “피신청인(한겨레)이 신청인에 대하여 사실이 아닌 내용의 기사를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보도를 함으로써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은 물론 위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정치인으로서의 신뢰 및 평판을 심대하게 훼손하여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변 변호사는 박근혜 당선인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다.

최 교수 쪽은 언론중재위를 통해 지난 4일 한겨레에 보낸 2차 조정신청이유에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좀더 구체적으로 다듬었다. 한겨레 기사 제목에 쓰인 ‘(최외출도) 잠적’이라는 표현에 집중한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를 보면 잠적이란 ‘종적을 아주 숨김’이란 뜻의 명사다. 그런데도 최 교수 쪽은 조정신청이유에서 “잠적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어떤 부정이나 죄를 저지르고 행방을 감추어 버리는 용례로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31일부터 11월5일까지 최 교수가 서울의 한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첨부한 뒤 “피신청인은 신청인이 연락되지 않은 이유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무책임한 제목으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으므로 이는 반드시 정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최 교수 쪽이 입원기간이라고 밝힌 10월31일부터 11월5일까지 6일간은 한겨레가 그와 접촉한 시기의 일부에 불과했다.

최 교수 쪽에서는 한겨레를 뺀 다른 언론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최 교수 쪽은 <중앙일보> 등을 거론하며 “신청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특보로 활동하였는데, 언론들은 신청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많이 했다. (최 교수를) 정수장학회 장학생들 모임인 상청회 회원인 것처럼 보도한 언론, (그가) 작성하지도 않은 문건을 그가 작성한 것처럼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 교수 쪽은 “신청인이 특별히 (한겨레의) 이 건 보도에 대해서만 정정을 신청하는 이유는 ‘잠적’이라는 용어가 극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신청인의 명예가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 쪽과 한겨레가 함께 출석한 지난 7일 오전, 언론중재위는 최 교수의 정정보도 청구에 대해 (조정)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최 교수 쪽은 일부 중재위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잠적’이라는 표현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고, 한겨레 역시 ‘잠적’이라는 제목을 쓰는 데 무리가 없었다는 판단을 꺾지 않았다. 최 교수 쪽 변환철 변호사는 조정이 불성립으로 끝나면 법원 판단까지 받아볼 생각이냐는 중재부의 물음에 “그렇게 하겠다”며 언론중재위를 나섰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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