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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원 전 국정원장·3차장·심리정보국장 이틀간격 줄소환

등록 2013-04-29 21:54수정 2013-04-30 08:48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검찰, 신속 수사 배경
핵심인물 마지막에 부르는
일반적인 수사행태와 달라
수사 11일만에 윗선3인 조사
“원세훈 진술 깨는 방향으로
수사방향 잡아갈 것” 관측도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29일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을 소환조사한 것은 수사팀을 꾸린 지 불과 11일 만이다.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을 25일 소환 조사했고,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27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했다. 인터넷에 게시글·댓글을 단 국정원 직원들의 ‘윗선’인 세 사람을 예상과 달리 수사 초기에 이틀 간격으로 줄줄이 부른 것이다. 의혹을 받는 인물의 주변부터 조사하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모은 뒤 마지막에 핵심 인물을 부르는 일반적 수사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수사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원래는 마지막에 확인하는 것이 수순인데, (수사 처음부터) 민 전 국장, 이 전 3차장, 원 전 원장 순으로 부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물을 확보하거나 게시글·댓글을 단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원 전 원장 등 ‘윗선’을 부르려는 계획은 애초 머릿속에 없었다는 얘기다.

25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27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9일 검찰에 전격 소환됐다. 사진은 국정원 입구에서 숲 사이로 보이는 국정원 본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5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27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9일 검찰에 전격 소환됐다. 사진은 국정원 입구에서 숲 사이로 보이는 국정원 본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검찰이 이런 판단을 한 것은 국정원이라는 수사 대상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가 안전보장을 이유로 조직 구성 자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국정원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소속 직원들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 수순부터가 쉽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원 전 원장 등을 조사해 국정원의 직책에 따른 업무가 무엇인지, 업무 처리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특정하는 게 검찰로서는 사실상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수순에 해당되는 것이다.

검찰이 국정원 윗선을 서둘러 조사한 데는 다른 노림수도 있는 것 같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국정원 전 국장과 3차장, 원장을 조사해야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등이 검찰에서 한 1차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잡아가겠다는 얘기다.

검찰로서는 수사 초기에 심리정보국의 활동과 관련해 원 전 원장 등의 해명을 들은 뒤 객관적으로 이들이 진술한 내용이 맞는지 여부를 가릴 증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 공산이 크다. 국정원은 그동안 “댓글 작업은 인터넷 종북활동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한 검찰 간부는 “전자기록으로 이뤄진 자료들은 국정원 서버 등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물을 확보한 뒤 국정원 간부들의 초기 진술을 깨뜨리는 방법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 등의 추가 소환 조사 필요성을 열어둔 데도 이런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등을 불렀다고 수사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등의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에 발맞춰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6월19일)가 다가오는 것도 검찰로서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자료를 제출받았는지 여부와 관련해 “그건 지금 얘기할 수 없고,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어느 정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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