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검찰, 신속 수사 배경
핵심인물 마지막에 부르는
일반적인 수사행태와 달라
수사 11일만에 윗선3인 조사
“원세훈 진술 깨는 방향으로
수사방향 잡아갈 것” 관측도
핵심인물 마지막에 부르는
일반적인 수사행태와 달라
수사 11일만에 윗선3인 조사
“원세훈 진술 깨는 방향으로
수사방향 잡아갈 것” 관측도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29일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을 소환조사한 것은 수사팀을 꾸린 지 불과 11일 만이다.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을 25일 소환 조사했고,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27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했다. 인터넷에 게시글·댓글을 단 국정원 직원들의 ‘윗선’인 세 사람을 예상과 달리 수사 초기에 이틀 간격으로 줄줄이 부른 것이다. 의혹을 받는 인물의 주변부터 조사하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모은 뒤 마지막에 핵심 인물을 부르는 일반적 수사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수사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원래는 마지막에 확인하는 것이 수순인데, (수사 처음부터) 민 전 국장, 이 전 3차장, 원 전 원장 순으로 부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물을 확보하거나 게시글·댓글을 단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원 전 원장 등 ‘윗선’을 부르려는 계획은 애초 머릿속에 없었다는 얘기다.
검찰이 이런 판단을 한 것은 국정원이라는 수사 대상의 특수성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국가 안전보장을 이유로 조직 구성 자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국정원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소속 직원들의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 수순부터가 쉽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원 전 원장 등을 조사해 국정원의 직책에 따른 업무가 무엇인지, 업무 처리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특정하는 게 검찰로서는 사실상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수순에 해당되는 것이다.
검찰이 국정원 윗선을 서둘러 조사한 데는 다른 노림수도 있는 것 같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국정원 전 국장과 3차장, 원장을 조사해야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 등이 검찰에서 한 1차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잡아가겠다는 얘기다.
검찰로서는 수사 초기에 심리정보국의 활동과 관련해 원 전 원장 등의 해명을 들은 뒤 객관적으로 이들이 진술한 내용이 맞는지 여부를 가릴 증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할 공산이 크다. 국정원은 그동안 “댓글 작업은 인터넷 종북활동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한 검찰 간부는 “전자기록으로 이뤄진 자료들은 국정원 서버 등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물을 확보한 뒤 국정원 간부들의 초기 진술을 깨뜨리는 방법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 등의 추가 소환 조사 필요성을 열어둔 데도 이런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등을 불렀다고 수사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등의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에 발맞춰 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6월19일)가 다가오는 것도 검찰로서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자료를 제출받았는지 여부와 관련해 “그건 지금 얘기할 수 없고,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어느 정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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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 27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9일 검찰에 전격 소환됐다. 사진은 국정원 입구에서 숲 사이로 보이는 국정원 본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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