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국정원·NLL 치우쳐 다른 과제 방기” 민주당 “안철수, 구경꾼으로 반사이익 노려”

연구모임서 ‘정당정치 실종’ 논쟁
“민주, 구심없는 프랜차이즈 정당”
“안의 정치, 초엘리트주의적 성향”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최장집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과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정치권의 ‘엔엘엘(NLL) 포기 발언 논란’ 과정에서 정당정치의 실종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최 이사장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연구모임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에 참석해 “정치권 밖에서 시민의 눈으로 볼 때 정당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의 시작부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모두 국정원 선거개입, 엔엘엘 이슈로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지럽게 나타나는 여야 간 대립을 걷어내고 보면 정당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고, 책임정부의 실종”이라며 여야 모두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잘해야 정치가 좋아진다”며 야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권력 행사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국정원 선거개입과 엔엘엘 논쟁 등에 집중해 다른 걸 돌보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골몰한 나머지 경제민주화 등 다른 과제들을 놓치거나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특히 민주당이 과거에 정당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 민주주의를 해체한 결과 지금은 “집합적 구심을 갖지 못한, 의원 개별이 1인 정당인 프랜차이즈 정당”이 됐다며, 야당다운 구실을 하려면 리더십의 개혁이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질의를 통해 “정당정치의 실종과 복원은 공감한다”면서도 “구경꾼으로 지켜보다 ‘너희끼리 싸워서 나라가 엉망’이라며 반사이익으로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훈수하고 평론하는 데서 벗어나 최 교수가 참여하는 안철수 세력이 민주주의 회복에 적극 참여하는 게 맞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물론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태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온 안 의원의 태도까지를 싸잡아 반사이익을 노린 ‘평론가 정치’로 규정하고 비판한 것이다. 최재성 의원도 “안 의원의 정치는 초엘리트주의적 성향”이라며 안 의원의 멘토인 최 교수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의원들의 비판에 “투쟁도 중요하지만 선거 승리의 요점은 정당의 능력”이라며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면서 민주주의 안정에만 투쟁력을 집중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를 소홀하게 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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