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기술적 쟁점들
한국형은 단거리 미국형은 장거리
양국 미사일 방어 구조 달라
미 MD, 중국까지 겨냥하고 있어
“한-중 관계 어떻게 풀지 숙제
동북아 평화에 중대한 갈림길”
한국형은 단거리 미국형은 장거리
양국 미사일 방어 구조 달라
미 MD, 중국까지 겨냥하고 있어
“한-중 관계 어떻게 풀지 숙제
동북아 평화에 중대한 갈림길”
한-미가 지난 2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다시 미사일방어(MD)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합의가 사실상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참여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에 참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나 미국의 미사일방어가 똑같을 필요가 없다. 다만 상호 운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 운용성’이란 군에서 지휘·통제 체계의 통합과 정보의 공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을 미사일방어에 적용하면,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관련국인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그 위치와 속도, 궤적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공유하는 것이다. 미사일방어는 발사된 미사일을 수분 안에 탐지·격추해야 하므로 관련국의 정보자산을 최대한 동원해야 하고, 그 사이의 시스템 연동도 필수적이다.
실제로 올해 안에 우리 군의 탄도탄 작전통제소와 주한미군의 전역 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는 연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입장에서 볼 때 동북아시아의 ‘미사일방어’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에 한국도 참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헤이글의 발언은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한국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 먼저 한국형 미사일방어는 사거리 1300㎞ 이하의 종말 단계 중·단거리 미사일을 대상으로 하는데, 미국의 미사일방어는 사거리 5500㎞ 이상의 모든 단계 중·장거리 미사일이 대상이다. 국방부도 “한국과 미국은 미사일방어의 구조가 다르다. 우리가 미국 미사일방어에 편입되는 일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에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애걸하는 상황에서 이런 기존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미국 미사일방어에 참여하는 경우, 일본과도 군사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2012년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법’ 파동에서 보듯 한-일 사이의 군사정보를 통합해 운영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다. 미국 미사일방어가 북한만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중국까지를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도 우리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문제다. 제1의 무역상대국이자 한반도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대상으로 한 미사일방어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한-미 합의는 한국이 실질적으로 미국 미사일방어에 편입됨을 의미한다. 한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미사일방어를 할지,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지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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