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재인 민주당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검찰, 대화록 수사 ‘이중잣대’
눈치보기·편파수사 비판 일어
김무성 “어떤 조사라도 받겠다”
눈치보기·편파수사 비판 일어
김무성 “어떤 조사라도 받겠다”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으로 고발당한 권영세(54) 주중대사를 최근 서면조사했다고 7일 밝혔다. 함께 고발된 김무성(62) 새누리당 의원한테는 서면조사서를 보냈다. 검찰이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지난 6일 ‘참고인’ 신분인 문재인(60) 민주당 의원을 직접 불러 조사한 반면, ‘피고발인’(피의자) 신분인 권 대사와 김 의원은 이제껏 서면조사하는 데 그친 것이다. 검찰 안에서조차 최소한의 균형도 맞추지 못한 ‘눈치보기·편파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권 대사는 중국에 나가 있는 상황이라 최근 서면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과 관련해선 “서면조사 답변이 아직 안 왔다. 소환조사를 할 건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 쪽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0월 중순 검찰에서 김 의원 전자우편으로 질문 50~60개 정도 되는 서면조사서를 보내왔다. 지금 질문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 단계다”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월 국가정보원 직원들로부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건네받아 열람하고 이를 누설했다며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 의원과 권 대사, 정문헌(47) 새누리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가 수사중이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사건은 공안2부(부장 김광수)가 맡고 있다.
검찰이 대화록 폐기 의혹 사건에선 문 의원 등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조사하고, 여권 실세가 개입된 대화록 유출 사건에선 서면조사 방식으로 꼬리를 내리면서 과연 유출 의혹을 규명할 의지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검찰 안에서마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러니까 국민들이 검찰을 믿지 않는 것이다. 서면조사하겠다는 건 수사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면조사는 보통 출석을 강제할 수 없는 ‘참고인’을 조사할 때 쓴다. 이와 달리 ‘피의자’는 소환조사가 일반적이다. 민주당 고발장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대화록을 다 입수해 읽어봤다”고 하는 등 사실상 ‘자백’ 수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스스로 서면조사를 선택해, 여권 실세에게 알아서 허리를 굽힌 셈이 됐다.
더구나 이날 김무성 의원 쪽이 편파 수사 논란을 의식해 ‘소환조사도 받겠다’는 뜻을 검찰에 먼저 알려오면서 검찰은 더 궁색한 처지에 빠졌다. 김 의원 쪽 관계자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와 검찰에 ‘어떤 형태의 조사라도 당당히 받겠다’고 먼저 얘기했다. 검찰 쪽의 답변은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면조사는 그냥 ‘진술서나 한장 내주십시오’라는 뜻이다. 피고발인인데 조사를 안 할 수는 없으니 형식적으로 구색을 갖추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필 김수헌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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