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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쟁으로 촉발된 ‘대화록 수사’ 결국 정치적 결론

등록 2013-11-15 21:45수정 2013-11-16 09:57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15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스분석 l 검찰 ‘대화록 실종’ 수사발표
“노대통령 지시로 의도적 삭제·미이관”…백종천·조명균 기소
민주·노쪽 “짜깁기”…“NLL 포기” 노무현 발언 사실상 없어

검찰이 15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대화록 초본이) 삭제되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초본을 삭제했다며 이들을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의 기획으로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 엔엘엘 포기’ 논란은, 대선 이후에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무단 공개, 국회의 대화록 열람 의결, 대화록 실종 등으로 끝없는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온 나라를 소모적 공방에 빠뜨렸다. 특히 지난 6월 국정원의 대화록 무단 공개 뒤 오히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던 김무성 의원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해 정략적으로 활용한 의혹이 불거지자, 여권은 참여정부의 의도적인 대화록 조작과 폐기를 주장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검찰도 ‘고의적인 대화록 삭제’라는 편향적 수사 결과를 내놓았지만, 정작 검찰의 수사발표 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새누리당이 제기한 주장들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우선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회담에서 ‘엔엘엘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수사발표문을 보면, ‘포기’란 표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김 위원장이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한다. 평화지대를 선포(선언)한다”고 언급하는 과정에서 포기란 말이 나올 뿐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또 미완성 상태인 대화록 초본에서 감출 내용이 있어 초본을 완전히 없애고, 뭔가 내용을 조작한 것이 대화록 수정본이라고 의심했다. 검찰도 지난 10월 대화록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의미있는 차이가 있다”며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번 수사발표문을 보더라도, 참여정부는 대화록 초본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단어와 호칭을 수정하거나, 발언자를 아예 잘못 적은 부분을 바로잡고, 회담에서 실제 오간 대화 중에 누락된 부분을 복원하는 수준에서 보완한 것이 대화록 수정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검찰도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대화록을 둘러싼 이런 쟁점을 말끔히 정리하기보다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의 지난 1월 검찰조사 당시 ‘대통령 지시’라는 발언 등을 근거로 초본이 의도적으로 삭제됐다는 데 초점을 맞추며 논란을 다시 키웠다.

검찰은 “노 대통령은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1급비밀로 보관하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와 함께 ‘이지원 시스템(참여정부 문서결재시스템)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라.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고, 백종천과 조명균은 국정원에 수정·변경된 1급비밀 형태의 회의록 사본과 함께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조명균이 별도로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 문건은 파쇄하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파일까지 보관시키면서 대통령기록관에 대화록을 넘기지 않도록 지시할 이유가 없음에도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보안성 때문”이라는 궁색한 설명만 내놓았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수정·보완·재검토를 지시한 미완성 문서인 초본을 근거로 대화록이 의도적으로 삭제·파쇄됐다고 주장해 ‘정치적 짜맞추기’라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민주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진상규명 대책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발표에 따르더라도, 대화록 초안(초본)에 나온 ‘엔엘엘 문제 해결’이 최종본(수정본)에서 ‘엔엘엘 문제 치유’로 바뀐 것은 국정원이 실제 회담 녹음 내용에 따라 수정한 것이다. 최종본은 초안의 내용을 빠짐없이 포함하고 5페이지나 늘어났다. 결국 초안은 미완성본일 뿐 기록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 전 비서관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안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부인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송호진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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