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6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려고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서 밝힌 ‘장성택 실각’ 사태
“올들어 김정은 행사 수행 빈도 급락 단서로 예의주시”
불안한 권력승계 방점…“후견인 내쳐 저항 맞을수도”
공개처형 늘려 공포정치 강화…도발위험 증가 지적도
“올들어 김정은 행사 수행 빈도 급락 단서로 예의주시”
불안한 권력승계 방점…“후견인 내쳐 저항 맞을수도”
공개처형 늘려 공포정치 강화…도발위험 증가 지적도
국가정보원이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외관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 승계가 완료됐지만, 불안정성도 증대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취지로 보고한 내용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우선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을 계기로 김 제1비서의 권력 기반이 확립됐다는 평가는 독재국가에서 위협적인 실세를 제거해 권력을 공고화하는 흔한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 1960~70년대 김일성 주석이 절대권력을 확립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숙청이 이뤄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년 가까이 후계자로서 권력을 다져와 1994년 최고권력자가 됐을 때 따로 손볼 인사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비교적 갑작스럽게 권력을 승계한 김 제1비서의 권력 강화 과정은 아버지보다 할아버지 모델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비서는 지난해 6월 군부 최대 실세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경질하며 주변 정리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어 김정각 전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한 ‘아버지의 사람들’을 차례로 권력 핵심에서 밀어냈고, 결국 마지막 칼끝이 권력 2인자인 장 부장을 향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남재준 원장의 보고는 권력 승계 완료보다 불안정성 증대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며 “후견인인 장성택을 너무 빨리 내쳐 저항에 부닥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장 부장의 변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게 된 계기는 장 부장의 김 제1비서 수행 횟수 감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정보위 민주당 간사는 “(장 부장이) 지난해 김정은 행사 수행의 70%를 담당하다가 올해 30%로 줄어, 그것을 유효한 첩보로 예의주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장 부장의 실각 배경과 관련해선 최룡해 군총정치국장과의 권력투쟁보다는 외화 횡령을 비롯한 금전 비리과 측권 비리, 이권 다툼, 당 행정부의 월권 등 비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정원은 장 부장 실각 이후 “김정은의 장악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많고 최룡해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간부급을 중심으로 충성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한이 지난해 17명을 공개처형했으나 올해는 40여명을 공개처형했다.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제1비서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선 ‘파격주의’로 규정했다. 정청래 간사는 “(김 제1비서가) 체육지도위원회도 만들고 축구는 통전부에 맡기는 방식으로 유관 부서에 각 종목을 할당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경제관리 개편을 확대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정 간사는 “13개 경제개발구 시행에 외자 유치를 물색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의지 부재와 대북 제재로 별 성과가 없다”며 “김정은이 각종 우상화물과 전시성 건설에 5억달러를 투입하고 특권계층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군사 도발 위협이 증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핵물질 생산 증대에 노력하고 있고 동창리 발사장에서 여러 차례 미사일 엔진 실험을 한 것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공격형 헬기 60여대와 서북도서를 포함한 전방지역 전체에 다연장포 200문을 집중 배치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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