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씨
‘장성택 처형의 원인설’도 나와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 뒤 김정은 제1비서의 배다른 형인 김정남씨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큰아들이자 김 제1비서의 잠재적인 정치적 적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처형된 장 전 부장이 그의 중국 망명 생활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 그는 계속해서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남씨는 최근 주요 거주지인 중국 마카오를 떠나 베이징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에서 북한의 유사시에 대비해 그를 보호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며, 현재 거주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숙청된 장 전 부장은 지난해 5월 북한에 일시 귀국한 김정남에게 체제 비판을 자제하라는 충고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는 지난해 10월께 질병 치료차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 김씨를 극비리에 만났다는 주장도 있다. 장 전 부장 부부와 김씨의 이런 가까운 관계로 인해 이번 사건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장 전 부장의 측근이 최근 김씨를 접촉한 일이었다는 추정도 나온다.
무엇보다 김씨의 최대 후견인이던 장 전 부장이 처형됐고, 또다른 후원자인 김경희 비서의 미래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는 신변 안전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더욱이 김씨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 반대했고, 개혁·개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로서는 더욱 용납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그가 좀 더 안전한 미국 등지로 망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씨는 어머니 성혜림씨가 질병 치료를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머물던 시절, 장성택-김경희 부부의 보살핌 속에 성장했다. 특히 그는 한때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도 지목됐으나, 지나치게 서구적인 사고방식과 일본 공항에서의 추방 사건 등으로 인해 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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