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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사회를 분열시킨 정치…지방선거 이후에나 변화 가능성”

등록 2013-12-31 20:51수정 2013-12-31 22:00

왼쪽부터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왼쪽부터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좌담 l 2014년 정치 정상화를 위하여
좌담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사회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국가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행복해지려면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뒤 우리 정치는 전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정치의 ‘부재’ 또는 ‘실종’은 박근혜 정부의 문제일까, 아니면 정치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일까? 2014년 정치 정상화는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울수록 원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새해를 맞아 정치학자들의 깊이있는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은 12월2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했다.

성한용(이하 성) 2014년을 전망하기에 앞서 2013년을 평가해야 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 정치를 퇴행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조금 있었다. 그런데 지금 훨씬 더 상태가 심각하다. 1년 동안 대선 결과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졌다. 정치의 실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김만흠(이하 김) 세 가지로 본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의 특성이 발현되었다. 둘째, 오랫동안 지지율 50%대를 유지하면서 일방통행식 정치를 본인의 원칙과 소신이라고 밀어붙였다. 셋째, 대안세력인 야당의 약세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대에 그쳤다.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고 야권연대나 시민사회와 연대를 통해 비로소 새누리당과 맞서볼 수 있는 세력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강원택(이하 강) 정치의 기본적인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제가 아무리 1인 중심체제라고 해도 역대정권에서는 집권세력이 같이 국정을 운영했다. 그런데 지금은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 ‘개인’만 보인다. 새누리당이 집권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공화당, 민정당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서 따라만 가고 있다.

 박상훈(이하 박) 세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첫째, 정권이 두 번 교체되면 여야 모두 민주정치에 적응하면서 민주주의가 제도화, 안정화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가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둘째, 집권 초 혼란은 여당이 안정의석을 갖지 못해서라는 게 다수 설명이었는데, 야당이 약세인 지금 집권당이 정국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여당 내부에 강한 견제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 정권처럼 초기에 지지율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 결국은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라고 본다.

 성 혹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면 별문제가 없었을까?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이나 문화의 문제가 아닌지 짚어보고 싶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국정이 안정되지는 않았겠지만 특성은 달랐을 것이다. 잘못됐다면 무능과 혼란의 형태로 나타났을 것이다. 박상훈 대표가 두 세번 정권교체가 되면 민주화가 정착된다는 가설을 말했다. 민주화 제도가 정착되면서 서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모델로 간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그게 안되는 것은 ‘구조’의 문제와 ‘행태’의 문제가 있다.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승자독식 구조가 있다. 거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행태가 흑백대결 양상을 불러일으켰다. 강경세력이 나오면 한편으로는 온건 합리세력이 중심에 서야 하는데 다른 쪽에 강경세력을 불러오는 국면으로 갔다.

  역대 대통령들은 첫해에 제왕적 스타일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모두 다 그랬다.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정부였기 때문에 군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핵심이었는데 효과적으로 새 시대의 변화를 보여 주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아쉬운 것은 힘이 있는 첫 해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엔엘엘, 국정원 등 과거와 관련된 쟁점으로 1년을 허비하며 사회를 갈라놓았다.

 박 과거를 살펴보면 야당이 강할 때 정부의 정책능력이 오히려 좋았다. 13대, 14대가 그랬고, 15대 국회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야당이 강하면 집권당이 야당의 정책을 일부 받아들이게 된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과 북방정책, 김영삼 정부의 군개혁과 금융실명제,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개혁 사례가 있다. 박근혜 정부도 공약대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민주화를 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힘이 실릴 때보다 여야의 균형이 맞을 때 대통령도 정치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소야대 시절 오히려 정치가 제대로 기능했다는 말에 공감한다. 국회는 여야 구분이 없었던 제헌의회와 확실한 여소야대였던 13대 전반기에 가장 활발했다.

  1987년 헌법으로 임기 5년의 대통령이 여러 명 당선됐다. 그렇다면 뭔가 축적이 있어야 정상일텐데 박근혜 대통령은 갑자기 1987년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캐릭터 때문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했던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원칙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원칙은 약자가 자기희생에도 불구하고 지켰을 때 바람직한 것이다. 최고권력자가 자기 입장을 주장하면서 원칙을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장점으로 원칙론을 내세우면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행정주의적 통치적 리더십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여의도 정치를 비효율로 본 것이 유신이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지금이 무슨 유신시대냐’고 반박하지만, 정치와 국가를 보는 관점이 유신시대 관점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강 굉장히 세게 얘기하신다.(웃음) 박근혜 대통령의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지율이 높다고 하지만 지지율은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덫이다. 어느 순간 확 가버릴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그동안 실패한 사람을 많이 봤을텐데 왜 그러는지 참 답답하다. 나는 청와대 정무수석에 외교관을 임명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국회와 소통해서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 정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메시지가 국민들뿐만 아니라 청와대·국회에 전달됐고, 사람들이 거기에 맞춰 적응해갔다. 대통령 스스로 소외되는 과정이었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고 지지율도 높아 보이지만 내부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첫해니까 괜찮다고 해도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에는 기자회견을 할텐데 어쩌면 지금 망가져 있는 시스템이 노출되기 시작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김 타임스퀘어에서 출마선언을 할 때 제목을 ‘국가에서 국민으로’라고 잘 잡았다. 국민의 뜻에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국가주의적, 동원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쪽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소통인데, 자기를 지지한 사람들과 뜻을 맞추는 것을 소통으로 여기고 있다.

김만흠
여당은 집권세력 역할 못하고
야당은 약골 이미지 각인
서로 극한 대치로만 치달아

강원택
국회와 소통 않는 박 대통령
결국 스스로를 소외시켜
힘 있는 첫해 아무 일도 못해

박상훈
민주정치를 한다는 건
나와 다른 의견을 듣는 것
현정부는 그 기본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민사회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하고, 특히 국가와 사회공동체를 구분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박 민주정치에서는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 100% 지지를 받고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여러 소수의견을 모아서 다수의견이 된다. ‘머조리티 오브 마이너러티’가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나와 의견이 다른 동료 시민의 의견을 듣는 게 민주주의의 유일한 원칙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법에 대해 연설할 때 한 학생이 “당신은 권력이 있다”고 하자, 오바마는 “나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의견을 모으고 입법절차를 거치고, 길고 번거롭지만 그 과정에서 권력을 만든다”고 했다. 우리도 민주정치를 한다면 수직적인 원칙론을 내세울 게 아니라 여러 이견 속에서 원칙을 형성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할 수 있다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버텨냈다. 1987년 이후 근본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회는 크게 바뀌었는데 대통령이 옛날식으로 일을 하면 작동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철도 부문처럼 노동과 시민의 각 섹터가 자기 목소리, 자기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더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방식으로 계속 밀고 가면 시스템이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금 나타나는 한국 정치의 여러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 뭘까?

  박근혜 정부에서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종북 문제도 터졌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색깔을 빨간 색으로 바꾼 사람이다. 김종인, 이상돈, 안대희, 이준석 이런 사람들을 기용했다. 야당과 경제민주화를 놓고 경쟁했다.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지금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새누리당은 역할이 없다. 대탕평도 온데간데없다. 단순히 약속을 안 지키는 차원이 아닌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근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후보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는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인가.

  박근혜 정부 1년을 보고 선거정치와 민주정치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선거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호소하는 투입의 과정인데 현대정치에서는 인기라는 표피적 요소만으로도 선거정치가 가능한 것 같다. 민주정치는 정당의 정부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집권당을 왜소화시켜놓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거는 표를 모으는 것으로 작동하지만, 민주정치의 규범을 튼튼한 기초로 갖고 있지 못하면, 정부 운영은 과거처럼 할 수 있다. 제도는 민주주의인데 실천은 권위주의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도적으로 보면 그게 바로 단임제의 한계다. 당선되면 표를 달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의 빨간색을 보고 놀랐다. 김종인 안대희 같은 사람들이 차기 정부의 색깔을 보여줬다. 그런데 선거 때 쓰던 사람과 통치할 때 쓰는 사람이 전혀 다르다. 선거야말로 가장 중요한 약속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속은 느낌이다.

  정말로 사기극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지 분석해 봐야 할 것 같다. 정부 여당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 ‘이제 1년차니까 두고 보자’고 한다. 그런데 그게 과연 변할 수 있는 것일까? 선거 때 쓴 사람들, 민주화 세력 출신, 경제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 젊은 세대는 다 빠져나가고, 구세대 사람들만 남았다. 정말 이런 경우가 세계적으로 있는지 모르겠다.(웃음)

 성 2014년 전망으로 넘어가 보기로 하자. 무엇보다도 박근혜 정부가 2013년과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새누리당에서 변화의 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억눌려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내부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그렇지만 6·4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압승을 하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당히 장기화할 것이다. 다음 총선까지 그대로 갈 수도 있다. 일본의 자민당 체제로 간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는 야권의 선거연대가 이뤄졌고 이명박 정부의 안보몰이가 역풍을 불러왔다. 야당이 자기 실력에 비해 많이 이겼다. 2014년 지방선거는 상황이 다르다. 안철수 변수도 예상된다. 따라서 야당의 승리가 어려울 것이다. 여당의 승리나 선전이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리더십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질 것이다. 벌써 나타나기 시작한 피로감이 2014년 상반기에 더 심해질 것이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야당에도 지방선거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 같다. 이기든 지든 지금처럼 분열되어 있고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약한 야당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한길 대표 체제가 불안정한 것은 당내분열이나 여러가지 프레임에 갖혀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지나면 당내 지분이 있는 사람들이 대표를 맡는 등 가시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칙론자 대통령, 민주주의 원칙은 이견을 듣는 것인데…”

  한국 정치에서 에너지가 집중되는 결정적 시기는 2015년이 될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이나 정치세력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계기는 국회의원 공천권 다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 가능성은 지지율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지지도는 생각보다 빨리 떨어질 것 같다. 지지도는 착시효과도 많고 거울효과도 있다. 50% 미만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이 ‘지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내릴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하는지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건 허니문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이 약해질 때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 여론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할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 갈등을 치환해서 해결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 둘 중에 어느 쪽으로 가게 될까?

  잘 모르겠다. 가능하면 전자로 갔으면 좋겠다.

  여권에는 승리의 방정식이 하나 있다.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 이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발언을 해주고 그걸 바탕으로 차기 대선주자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했던 것이다. 다들 그걸 봤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까 아무 소리도 못하지만 지방선거 이후에 여권 내부와 정국에 변화가 나타나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 같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대통령이 인기가 떨어졌을 때 여야관계나 당정관계처럼 대통령을 받쳐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있으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제도적 기반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융통성이 없다. 정치적 과부하가 개인에게만 몰리면 조기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

  50%대 지지율의 비밀에 대해 언론에서 조사를 하면 ‘기대감’이라고 나온다. 1년이 지난 뒤에는 기대감만으로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경제쪽 전문가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가 어떤 주식 모델로 갈 것인지, 일정하게 가다가 크게 떨어질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2014년은 어떨지 궁금하다.

  민주당은 변화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민주당은 국회 의석 42%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와야 하는데 훨씬 못 미친다. 민주당이 장외 전략을 쓸 때 원내에서는 소수였기 때문에 국민들을 직접 대변해서 다수를 차지하는 전략을 썼어야 하는데, 원외로 나갔을 때 원내에서보다 약세였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지율 확대 전략이 과연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만 이 부분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안철수 신당은 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근래에 하도 박근혜 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민주당도 대안으로서 마땅치 않으니까 조금 살아나는 분위기다.

  호남에서는 상당한 지지가 있던데?

  여론조사를 할 때 안철수 의원 이름을 넣고 물어보는 것과 지방선거에 실제로 출마할 후보 이름을 넣고 물어보는 것과 차이가 얼마나 있을까?

  물론 지금처럼 추상적인 상태와 후보를 실제로 냈을 때는 다를 수 있다. 아무튼 안철수 신당은 야권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신당을 한다며 연대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여야 대립구도에서 야권의 손실을 감내하고 가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방선거는 야당이 유리하지 않다.

  민주당은 근본적인 당의 정체성과 이미지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누가 나와도 한계가 있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도 다졌다. 이 정도면 집권할 수 없는 세력이 된 것이다. 그런데 당내에 위기감이 없다. 요즘 민주당은 각자도생이다. ‘나만 되면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던 민주, 인권, 자유의 가치가 옛날만큼 호소력을 가질 수 없다면 정책적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뼈를 깎는 노력이 없다. 보수나 박근혜 정부에서 밀어내는 힘은 있는데 민주당 자체의 당기는 힘은 없다. 2014년에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이 들어가자 민주당 의원과 대표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모처럼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런데 그건 박근혜 정부의 무리수로 인한 대응 차원이었다. 민주당 스스로 국회에서 정치적 쟁점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재야 세력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을 보면 정당으로 태어나려는 맹아적 조직체처럼 움직이고 있다. 철도 문제는 진작에 국회에서 물고 늘어졌어야 한다. 왜 파업이 시작되니까 움직이나. 행정부 조처에 대해 국회에서 따지고 제동을 걸었어야 한다. 행정부가 마음대로 간다면 다른 것을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어야 한다. 가만히 있다가 파업 응원을 가는 것처럼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2014년을 맞아 각 정치주체가 정치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얘기해보자.

  가장 큰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의 리더십은 20대도 고치기 힘들다. 리더십은 주변 인사로 보완할 수 있다. 새해에 사람을 새로 배치하면서 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등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쓸 수 있다면 변화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모든 대통령은 아마추어에서 시작한다. 1년 동안 시행착오로 얼마나 많이 깨닫느냐, 스스로 얼마나 변화하느냐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게 아니구나’, ‘한계가 있구나’라고 인식했으면 좋겠다. 혼자 끌고 가면 안된다. 통합하고 치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복지국가,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두 가지 과제는 시간이 지나면 조직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조기에 구체화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4년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정치가 양극화되면 정치만 나빠지는 게 아니라 정치가 공급해야 할 공공재가 약해지기 때문에 사회 양극화가 커진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의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년을 약속했던 방향으로 운영했다면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야당도 내부 문제를 추스르고 진보정당도 성장기를 가졌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1년은 정치가 더 양극화되고 정당들도 이런 상황에 대처하느라 내부 체질 개혁의 기회를 놓쳤다. 2014년은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 운영은 선거와 다르다. 당정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여야 관계에서 정치개혁의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과 눈을 마주치는 것은 정치학에서 위임제 대통령, 국민투표형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민주정치 리더십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민주정치 리더십은 국회를 통해 대화로 이견을 풀어내는 것이다.

김만흠
대통령 ‘기대감’마저 사라지면
지지율 더 떨어질 수 있어
새누리당엔 변화 계기 올 수도

강원택
자기 원칙을 지키는 게 아니라
대국민 약속 지키는 게
성공한 대통령임을 깨달아야

박상훈 과거를 보면 야권이 강할 때
정부 정책능력도 좋아져
민주당, 내부 통합에 힘써야
 

야당은 어떻게 해야 정치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자신들이 대안정당이라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스스로 20% 정당으로 인식하니까 20% 이상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다. 수권정당으로 정책노선도 국회노선도 세워야 한다. 2006년 말 참여정부 실패에 대해 민중주의 논란이 있었다. 조희연 교수는 철저한 민중주의 전략을 취하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했다. 반면에 최장집, 강준만 교수 등은 참여정부가 급진주의, 민중주의에 의존하고 정당정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노선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시민운동을 통해 움직이거나, 아니면 대안정당으로 보편적 여론에 기반하거나 해야 한다. 나는 후자가 옳다고 본다.

  야권의 여러가지 어려움은 조직화의 실패에서 온 것이다. 의원이 127명이든 6명이든 그보다는 힘을 강하게 발휘해야 조직이다. 당내 다원주의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당의 통합성을 높여야 한다. 정당은 이익집단이 아니다. 공익을 위해 경쟁하는 집단이다. 본인들 이익만 주장하면 정당이 아니라 파당이다.

  안철수 의원과 신당추진 세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철수 세력의 사회적 기반은 존재한다. 안철수 신당은 다른 야당의 전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좋은 정당, 강한 정당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른 야당처럼 조직화의 실패로 가는 길을 걷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것을 책임지는 정당이 아니라, 몇 개로 나눠진 의견들을 잘 조직화한 정당 3~4개다. 정당은 자신이 대표하는 비전과 가치를 강한 조직으로 말해야 한다. 정당이 강해지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정치가 망가진 데는 언론이나 유권자들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 새해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엔엘엘, 국정원, 종북 등 생산적이지 않은 쟁점이 사회를 갈라 놓았다. 복지예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 세금을 얼마를 낼 것이냐, 이런 논쟁은 없었다. 언론이 방향을 잘못 잡은 탓이 크다.

  새누리당을 친화적으로 대변하는 언론이 있다. 급진 진보 노선을 친화적으로 대변하는 언론도 있다. 그런데 대안 야당을 대변하는 언론은 없다. 야당도 언론을 따라가다 보니 대안 역할이 없어졌다.

  좌담을 마무리하겠다. 2014년 한국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정치학자로서 한 마디씩 부탁한다.

  민주주의도 긴 학습과 문화 형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최근 절감하고 있다. 민주정치가 좋은 문화적 기반에서 성장하려면 다양한 의견이 풍부하게 표현되면서 경합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문화적 양극화가 강화되는 느낌이다. 지식인도 언론도 공론장을 풍부하게 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처럼 공론화가 양극화되면 강한 의견만 대표되고 소통 역할은 약해진다.

  현실과 약간 동떨어진 얘기를 하자.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개인 캐릭터에 따라 대통령제가 잘 돌아갈 수도 있지만 캐릭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커진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정치인들이 거의 다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당 독과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행 기호순번제 폐지를 제안하고 싶다.

  시장에 좋은 경쟁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은 망한다. 한국 정치에는 이런 경쟁구도가 작동하지 않는다. 정당은 평소 자기 마음대로 하다가 선거 때가 되면 지역주의에 호소한다. 양당은 최악의 경우에도 100석씩은 얻을 수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줘야 한다.

정리/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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