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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김정은, 남북관계 3차례 거론하며 남쪽에 ‘손짓’

등록 2014-01-01 22:09수정 2014-01-02 09:49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1일 평양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로동신문 연합뉴스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1일 평양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로동신문 연합뉴스
[남북 정상 신년사 살펴보니]
박대통령은 관계개선보다 ‘안보 강화·위기관리’ 강조
정세현 전 통일장관 “서로 전혀 달라…더 나빠질수도”
2014년 1월1일, 새해 첫날을 맞아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가 내놓은 신년사의 내용은 매우 상반됐다. 올해 62살이 된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대해 조건을 앞세우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올해 30살가량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김 제1비서는 오전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된 신년사의 끄트머리에 남북관계의 개선을 모두 세 차례 거론했다. 남한에 대해 “북남관계 개선에로 나오라”고 촉구하며 자신들도 “북남관계 개선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에둘러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렇게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북한이 대화를 위해 나름 노력했음에도 현재 남북관계가 별로 신통치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은 인민 생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고,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에 따른 내부 결속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안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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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상반기 남북관계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미 연합 훈련, 북한의 전쟁 분위기 조성, 개성공단 폐쇄를 거치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러다 북한이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제의하고, 이어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일부 회복되긴 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발전적인 단계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특히 최근 장 전 부장의 처형으로 인해 남한 내에서 ‘북한 붕괴론’이 다시 대두되는 등 남북관계가 호전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신년사의 내용으로 볼 때, 2014년 벽두의 남북관계는 박 대통령이 김 제1비서의 요구에 호응한다면 ‘손뼉’을 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줬다”며 “북한이 조만간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200자 원고지 넉장 분량의 신년사는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빈틈없는 안보 태세와 위기관리 체제를 확고히 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면서 평화 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안보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통일에 대비하겠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도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튼튼한 안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평화’와 ‘통일’을 따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의 ‘선안보, 후협력’ 정책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번 신년사에서 김 제1비서는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을 강조했다. 그는 “북남관계 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국제 공조를 청탁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사대·매국 행위”라고 비난했다. 국제 사회에서 제재받는 북한의 입장을 반영한 대목이면서,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를 겨냥한 발언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통일은 주변국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제 사회와 협력을 돈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군사 동맹,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용해 북한의 비핵화와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정부의 기본 정책을 재확인하는 내용이다.

남북 지도자들의 엇갈린 신년사로 볼 때 올해 남북관계 전망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지도자가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취하고, 우리는 소극적으로 나간다면 남한 내부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결국 남북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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