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중앙선거대책위원들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손을 모은 뒤 선거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정세균 위원장, 김한길·안철수 대표, 문재인·정동영 위원장.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김한길·안철수 일정만 짤 뿐
선대위원장들 ‘알아서’ 유세 지원
박지원·문재인 우연히 만날 정도
선대위원장들 ‘알아서’ 유세 지원
박지원·문재인 우연히 만날 정도
“어, 여기서 만나네요?”
지난 27일 인천 남동구로 선거운동을 지원하러 갔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뜻밖에 문재인 의원과 마주쳤다. 문 의원도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온 길이었다. 두 거물 정치인이 선거전 중반에 서로의 행로도 모른 채 가다가 만난 것이다. 박 의원은 “중앙당은 언제, 누가, 어느 지역에 가야 하는지 아무런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 당내 주요 인사 5명(김두관·문재인·손학규·정동영·정세균)을 더한 ‘무지개선대위’를 꾸렸다. 그러나 무지개선대위 7명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한 번도 없다. 중앙당은 주로 김한길·안철수 두 사람의 일정만 짤 뿐, 나머지 5명은 스스로 알아서 돌아다니도록 하고 있다. 당 지도부를 제외한 5명의 공동선대위원장들은 자신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후보들을 중심으로 동선을 잡다 보니, 정작 화력 지원이 필요한 후보들은 도움을 못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 당무를 맡고 있는 이들조차 선대위에서 누가 어떤 직책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그날그날 전략지역을 골라 당 지도부가 집중적으로 움직이는 새누리당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 콘셉트를 ‘조용한 선거’로 잡았기 때문에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것을 피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앙선대위에서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현장을 가더라도 유세를 하지 않고 간담회 같은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용한 선거라 하더라도 현재의 새정치연합 선거운동 방식은 ‘리더십 실종’,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선거운동의 핵심은 당 지도부가 판세를 읽으며 누구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계파별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면 무슨 일이 되겠느냐, 한마디로 무능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최근 세월호 심판론이 일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새정치연합에 유리하게 나오니 방심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선거운동 행태뿐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당 지도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부실 대응,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대국민 담화 등 중요 현안들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혼선을 거듭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눈물 담화’에 대해 “국민께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가 비판이 일자 이튿날엔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고 오락가락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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