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에 참석 권유받은 교원 수십명
고승덕 후보 “돕지않는 학교 감사중”
고승덕 후보 “돕지않는 학교 감사중”
현직인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교육청을 통해 교원들을 선거에 동원하는 ‘관권선거’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한 지역 교육지원청 장학사는 30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 후보 유세장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내가 일하는 과의 과장이 유세에 나오라고 해서 동료 장학사 2명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문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선배 퇴직 교장이 꼭 나오라고 해서 약속을 취소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유세 현장에 와보니 교육청 국장과 과장부터 장학사까지 30명은 넘게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7일 서울 강남역에서 열린 문 후보의 선거유세에도 교육청이 교육지원청 교육장과 교장들을 동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음날인 28일엔 문 후보가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사와 학부모를 만났는데, 학교 쪽에서 학생 110명을 동원해 문 후보 앞에서 태권도와 풍물 공연을 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청 관계자가 교과목 연수에 온 교사들에게 ‘다른 후보는 교육 경력이 없는 사람인데, 하던 사람이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청이 문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학교에 장학사를 파견해 교사들을 감사하고 있다는 교사의 제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보자의 신원 노출이 우려된다며 증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하는지 공직기강 점검을 실시하고 있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표적감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 선거캠프는 “고 후보 쪽이 허위사실 유포를 한다면 엄정한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교직원이나 교육청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 선거법 위반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훈 이수범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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