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가 지난 18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교통공사 당선자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시도지사 당선자 인터뷰] 인천 유정복
대통령 진정성, 분위기 바꿨다고 봐
나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가 절반
편 가르지 않고 일할 계획
아시안게임, 남북 긴장 해소 가능
통일부, 정치적 접근 안했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눈물 사과’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많이 돌린 게 아닌가? “선거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조금씩 나타났을 거라고 본다.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인 부분을 유권자들이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데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리라고 기대하는 면이 있었을 것이다.” -1.8%포인트 차로 승리했는데, 야권이 단일화 했다면 결과는 뒤집어 졌을 수 있다. 야당 지지층을 어떻게 끌어안을 계획인가.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신창현 통합진보당 후보가 단일화 했을 때 야권 지지층이 더 결집했을 수도 있지만, 덜 결집했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저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가 절반 가량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당공천제 아래에서 선거를 치르다보니, 상대가 있고 편이 갈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권력투쟁의 중앙정치와 달리 지방자치는 생활정치다.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무의미하다. 편 가르지 않고 그저 시민만 보고 일할 계획이다.” -수도권 매립지를 2016년에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매립기간을 좀 더 늘려주면, 인천시가 그 대가로 이곳을 이용하는 서울시 등으로부터 지하철 연장과 같은 실리를 얻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수도권매립지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곳을 이용하는 서울과 경기도에도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예정대로 매립을 종료하고 당초 계획대로 여가 위락 시설을 조성해, 그 이익을 고생한 주변 시민들께 되돌려 드리는 게 가장 옳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논란 끝에 비영리병원으로 가닥이 잡힌 송도국제병원을 다시 영리병원으로 추진하겠다고 해 갈등이 재현될 우려가 크다. “어떤 정책이든 만인에게 좋을 순 없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 다수의 이익과 인천의 경쟁력 차원에서 뭐가 옳으냐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 송도 국제도시의 외국인 투자 병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인천에 경쟁력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에서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규제 완화하는 개선책을 마련해 뒀다. 다만,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 집단의 의견을 조정해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충분히 대화하고 논의해서 인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통일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통일부가 정치적으로 접근을 안했으면 좋겠다. 남북관계가 긴장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순수하게 스포츠 교류로서 그 긴장관계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평화통일의 토대도 마련할 수 있다. 백두산 성화 채화,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 남북 선수단 입장 등은 현 단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는 야당에 연정과 정책협약 등을 제안하고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통합과 화합을 위해 인천도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분들의 주관과 소신을 존중한다. 다만,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처럼 여야로 나눠 싸움을 하는 정치가 아니다. ‘연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여야라는 프레임에 서로를 가두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장, 구청장, 시의원은 서로 정쟁하고 권력투쟁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로지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면 된다. 굳이 여야 프레임에 서로를 가둘 필요가 없다.” -인천은 서울·경기와 정책적으로 협의해야 할 일도 많은데, 만날 계획은 있는가? “수도권 단체장들과 조속히 만나고 싶다.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과는 10년동안 같은 당에서 함께 정치를 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제가 장관하면서 국무회의에서 자주 만났다. 이들과 대화가 잘 될 거라고 확신한다. 당을 떠나서 수도권 단체장들이 만나 민생 정책을 논의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이청연 인천교육감 당선자와는 인천의 교육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우리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아이들을 돌보는 데는 보수·진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체장과 교육감의 성향이 다르다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다. 앞으로 정책 협의를 해야 할 일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좋은 생각은 수용하고 서로 조정하면서 맞춰나가겠다. 다음주에 만나자고 이 당선자에게 이미 제안도 한 상태다.” -시장이 바뀌게 되면서 인천 공직사회가 동요한다. 살생부도 나돌고 있는데. “시장이란 자리는 개인 사유물이 아니다. 시민의 것을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김포 시장, 농림부, 안행부 장관 등 행정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인사에 대한 기준이 있다. 나를 위해 일할 사람이 아니라 시민과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백여명에 이르는 인수위도 꾸리지 않았다. 인수위를 점령군처럼 시청으로 데리고 가는 그런 낡은 인사는 하지 않겠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이번 논란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직을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시장) 당선인 신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인사는 참으로 어렵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고심했을까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앞서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상황이다 보니…. 문 후보자의 발언 등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언론에서 이야기 되는 부분만 봤을 때 걱정이 된다.” -어떤 걱정이 된다는 말인가. “문 후보자와 관련해 역사관 등 많은 부분에서 논란이 일고 있고, 국민들이 그런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시니. 저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는 말이다.” -정치인인데, 대권에 도전해볼 생각도 있나? “다른 길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천 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제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서였더라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했겠는가. 저는 지역구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었고,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적 환경이 있었다. 그렇지만 인천의 부름을 외면할 수 없었다. 시민들의 기대와 여망에 충실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인천/김영환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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