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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재인 “실패한 협상…유족들 지나치지 않아”

등록 2014-08-24 16:49수정 2014-08-24 22:07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중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은수미 의원(오른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중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은수미 의원(오른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치인으로서 역할 따로 있다는 것 알지만
지금 상황에서 누군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
“여야가 잘해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잘해냈으면 좋았을 텐데 실패했고, 그 다음에도 실패했고….”

 24일로 6일째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겨레>를 만나 지난 19일 박영선-이완구 두 원내대표가 내놓은 재합의안에 대해 “협상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재합의 발표 다음날인 20일 트위터에 “유족들이 지나친 것이 아닙니다. 유족들은 이미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했습니다. 대신 특검이라도 괜찮은 분이 임명될 수있게 하자는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다시 협상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두 번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의 질타를 받게 된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답은 아직 내리지 못한 듯 했다. ‘실패’라고 단정지었지만, 협상 실패의 원인과 과정의 아쉬움, 책임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해서는 말을 피했다. 다만 “유민 아빠의 자리가 비었으니, (그를 대신해)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황에 따라 조만간 입장표명이 있을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 의원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광화문 광장의 한평 남짓한 천막의 천정 빨랫줄에는 마른 수건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성경을 비롯한 책 10여권과 물, 옷가지가 가지런했다. 그곳은 온전히 문 의원만 기거하는 곳이 아니다. 31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한 시민과 함께 자리를 나누고 있었다. 하얀 수염이 턱과 볼에 덥수룩했다.

 “가급적 바깥활동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죠.”

 여당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단식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구구한 해석이 오가고, 당권, 지지세 결집 등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을, 문 의원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부터 자리를 김씨의 천막이 아닌 광장의 구석으로 옮기고 조용한 행보를 걷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인 듯했다. 이 날까지 문 의원이 스스로 맡은 역할은 40일을 넘긴 김씨의 단식을 설득하는 일과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그의 빈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김씨는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세월호 가족들은 이틀째 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면서 청와대 인근 길가에서 노숙을 했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사람들이 나서는게 지금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야가 다시 새롭게 모색할 수 있으면 좋은데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니 종교계에서든 시민사회에서든 원로들이 나서주세요.”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대신 단식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당시 문 의원은 주위에 단식을 알리지 않았다. 대신 “한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모든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라고 올린 트위터로 자신의 입장을 갈음했다. 단식이 시작된 뒤의 주변 만류는 “(세월호 참사 앞에서)정치적 계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워 뿌리쳤다. 지금도 문 의원은 단식이라는 의견 표현의 방식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지율 스님의 단식이 있었을 때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으로 나서서 단식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저도) 단식이라는 방식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단식은 처음하는 것이에요.”

 문 의원은 단식이라는 방식이, 정치인으로 ‘최선의 자리’가 아니라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 광장에 나와서 (단식을)한다는 것이 가야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문 의원이 말하는 부담은 사회적 갈등에 정치적 해법을 던져야 하는 책무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었다. 당장 40일이 넘어선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담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여당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뭐하고 있습니까. 당신들이 책임지고 당신들이 수습해야 할 일”이라는 21일 트위터 글은 그대로다.

 인터뷰 직전까지 문 의원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미국이 9·11 테러 이후에 진보·보수, 저소득층과 저소득층 등 계급간 계층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참을 설명했다.

 정오가 되지 않았지만 늦여름 더위는 광화문 광장을 달궜다. 대로변에 접한 문 의원의 천막 바로 뒤를 오가는 차량이 속도를 내면 비닐막은 들썩였다. 간간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큰 소음이었다. 배기가스도 천막 안으로 스몄다. 보좌진들은 지난 5일 그를 힘들게 만든 것은 배고픔보다 오히려 수면부족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날 오후 김영오씨가 비공개로 문의원을 찾았고, 문 의원은 잠시 천막을 비웠다.

 이 날 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대통령의 책무다”라면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문 의원은 “박대통령 스스로 “유족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 “특별법은 만들어야 하고 특검도 해야한다”,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는 것, 거기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계속 반영되고 투명하게 공개되느냐를 다시 의논 드리겠다”며 거듭 거듭 약속하기도 했다”며 “결코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말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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