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새누리당 서울시당 조찬간담회에서 나경원 서울시당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오신다고 해서 빨간 넥타이를 맸다. 저나 의원님들이나 서울을 위해 고민하고 일하는 건 같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경원 의원 등 새누리당 서울시당협위원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했다. 나 의원이 지난달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박 시장을 찾아 새누리당 서울시당협위원장들과의 정례협의회 운영을 제안해 이뤄진 모임이다. 서울시 쪽에선 부시장단 등 10여명이, 새누리당 쪽은 당협위원장 16명이 참석했다. 박 시장이 여당 소속 당협위원장들과 공식 협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시장이 빨간 넥타이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은 ‘예산 전쟁’ 때문이다. 박 시장은 간담회에 앞서 서울시 예산안 책자를 배포하면서 재정난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재정자립도가 80%로 다른 지방정부에 비하면 높지만 국제적 도시와 경쟁하는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역차별을 받는다. 예산을 확보하려고 재작년부터 의원회관까지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힘센 분들이 많이 와 계신 데 조금만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 하수관거 보강에 4조원 넘는 예산이 필요한데 우리가 내년에 1500억원을 편성했다. 중앙정부에서 1천억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쪽은 “서울시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예산 증액심사를 할 때 함께 노력하겠다”면서도 “그동안 노후 하수관은 서울시 자체 예산으로 해 왔고, 2012년과 2013년 모두 1500억원이 넘었는데 2014년에는 1200억원으로 줄었다. 국비 요청도 좋지만, 서울시 자체 예산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무상급식·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한 얘기도 나눴다. 나 의원은 “최근 급식과 보육 문제가 갈등이 있는데 생각의 출발점은 (여야가) 비슷하다. 누가 약속을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장기적 차원에서 재정 안정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또, 서울시가 시교육청에 지원하는 무상급식 비용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고, 박 시장은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서 하겠다”고 답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