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한겨레 자료 사진
법안심사소위 구성 6개월 지연
어제는 야당 거부로 못 열려
권익위 수정안도 논란
어제는 야당 거부로 못 열려
권익위 수정안도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전직 관료 관련 비리) 척결을 내세워 여러 차례 연내 처리를 압박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 제정 논의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무위는 2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김영란법 심의를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누리과정 예산을 문제 삼아 의사일정을 거부해 회의를 열지 못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 이 법안은 2012년 정부가 입법예고한 뒤 지난해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입법예고안은 공직자가 돈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하는 내용이었는데, 정부가 발의한 정부안에선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도록 해 초기에는 ‘후퇴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정무위에선 정부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며 지난 5월까지 이견을 좁혀갔다. 이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더 진전된 내용도 있었고, 후퇴한 내용도 있었는데 국회의원과 공무원 등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금품을 제공받으면 처벌하도록 한 입법예고안을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대표적인 진전 사안이다. 그러나 공직자 본인과 마찬가지로 금품수수 금지, 채용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 가족의 범위를 민법상 기준의 가족(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에서 배우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비속으로 축소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은 후퇴한 내용으로 꼽힌다.
권익위는 여야의 이런 논의와 이상민·김영주 새정치연합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 내용을 반영해 지난 24일 정무위 당정협의에서 검토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 검토안 역시 앞으로 더 살펴봐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여야 의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지적은 과잉규제와 연좌제 우려다. 이 법안의 적용 대상이 너무 많고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법안에 따르면 국공립학교 교사는 (청탁을 받으면 처벌되는) 공직자에 포함되는데 사립학교 교사는 포함이 안 되고, <한국방송>(KBS) 기자는 포함되는데 다른 언론사 기자는 빠지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다 포함하면 전국민 중 1500만명이 이 법에 따른 제약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뒤 예외 사유를 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무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처벌을 하려면 그 행위가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이를 입증할 책임이 검찰이 아니라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이런 반응에 김영란법이 연내에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27일에도 야당이 상임위를 거부할 경우 여당 단독 개의를 검토할 방침이고, 새정치연합도 정기국회 회기 안에 이 법안을 심사할 의지를 내비쳤지만, 쟁점 해소가 쉽지 않다. 또한 법안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더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김영란법을 후퇴시켰다’는 따가운 여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무위의 한 여당 의원은 “새누리당에선 이 법을 ‘연내 통과시킨다’고 말하지만, 다들 거짓말이라는 걸 알 거다. 사실 이 법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여야 누구도 총대를 못 메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이유주현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