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장관에 확인도 않고
“청와대 개입설은 루머” 단정
청 “인사조처 요구, 확인 쉽잖아”
김종덕 문체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 국·과장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한겨레> 보도(3·4일치 1면)에 대해 김종덕(사진) 문체부 장관이 4일 일부 언론이 당파적 시각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국·과장 교체 지시를 받은 당사자인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는 대화한 적이 없다고 밝혀, 사건 실체도 파악하지 않았음을 실토했다.
김 장관은 이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인사 개입설은 근거 없는 루머”라고 단정하면서 언론 보도의 ‘당파성’을 들고나왔다. 그는 인사와 관련해서 왜 정윤회 관련 의혹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그런 의혹에 항상 사람들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며 “미디어가 많아지면 다양한 의견이 많아질 것 같지만, 사실은 당파적 의견이 많아진다. 미디어들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이번 건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발언했다. 김 장관은 “사실 별문제가 아니라고 봤는데 (정윤회씨를 다룬) 청와대 문건과 맞물리면서 사안의 폭발성이 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이런 판단의 근거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선 변변히 답변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문체부 국·과장 인사 조처에 대해 “아마도 업무능력이 떨어져 전임 유진룡 장관이 인사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수첩을 보면서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현장에 있었다던 유진룡 전 장관에게는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전임 유 장관이 왜 그러셨는지는 대화를 해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심증만으로 언론이 당파성을 갖고 의혹을 부추기고, 유진룡 전 장관이 능력 때문에 두 사람을 서둘러 교체했다고 단정한 셈이다.
한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 보도에 대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성격의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노형석 석진환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