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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철수 “이제 자숙기간 끝나…현안에 목소리 내겠다”

등록 2015-01-11 20:51수정 2015-01-12 09:59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안철수 의원 인터뷰]
“일부서 전당대회 출마 요구 현역의원 50여명 지원 밝혀”
“박근혜 불통정치 전국민 실망, 문 닫아놓으니 문고리가 힘써”
“먹고사는 문제가 새정치…삶 영향주는 프로젝트 준비중”
2년만에 걸렸다는 독감으로 피곤한 표정이었다. 악수하는 손도 뜨거웠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어조가 높아지고 말이 빨라졌다. 지난해 5개월동안의 짧은 당 대표 재임 당시 말을 아끼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앞으로는 현안에 대해 분명한 내 목소리를 내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전당대회 예비 경선 보이콧한 거 아니다”

- 연초에 미국을 방문하고 8일 귀국했다. 미국에선 무엇을 했나?

= 지난 한해 돌이켜보고 2015년 신년계획을 세운 뒤 바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 다녀왔다. 거긴 전세계 혁신경쟁의 장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고민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이니 정치인들도 이런 곳 가봐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없더라. 대기업·중소기업 하시는 분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격인 분들은 많이 왔다. 그런데 충격받은 것은 그런 분들조차 새정치연합이 2월8일에 전당대회 한다는 걸 모르더라. (무관심이) 정말 심각했다.

- 올 한해 계획은 어떠한가?

= 7·30 재보선 이후 대표 마친 뒤 지난 5개월은 자숙기간이어서 입장 표명을 안했다. 하지만 이젠 당 대표도 새로 뽑히고 하니까 현안에 대해 이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7일 열린 새정치연합 2·8전당대회 예비경선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보이콧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 CES 행사가 미국 시각으로 6일이었다. 그러니 한국 시각으로 예비경선일인 7일까지는 당연히 귀국할 수 없었다.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었을 뿐이다. 내가 예비경선 보이콧했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과연 있나?

- 전당대회 주자들의 당명 개정 주장에 대해 반대 의견을 뚜렷이 밝히지 않았나. 그래서 보이콧 얘기가 돌았다.

= 현안에 대해 목소리 내는 건 보이콧이 아니다. 현안에 대해 목소리 내겠다고 결심하자 마침 바로 당명 개정 문제가 나오더라. 그런데 단순히 당명 개정 반대하는 게 아니라 내용 없이 당명 개정하겠다고 하는 걸 반대하는 것이다. 이름이 본질은 아니지 않나. 아무리 전당대회에서 표가 급하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 문재인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당명 개정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했는데 연락 있었나?

= 안 물어보던데…. 본인이 (당명 개정) 접은 거 아닌가?

- 민주당으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왜 나온다고 생각하나?

= 지금 당장은 당원들 표, 호남표 얻기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직전 대표 아니었으면 이번 전당대회 출마했을 것”

- 당 대표 때 본인의 리더십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반대되는 의견을 갖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급박하게 이뤄지는 결정이 많지 않나. 그에 따라 반대하는 사람들을 분담해서 전부 설득하는 작업이 있어야 했는데 그 정도로 (지도부의) 인원이 없었다. 그게 아쉽다.

- 7·30 재보선 뒤 안철수, 김한길 두 대표가 물러난 뒤 당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단지 리더십만 문제였던 것 같진 않다.

= 새정치연합이 바뀌어야할 것을 한가지 더 들자면, 대표가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기본적 동의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기초연금 통과될 때 의원총회에서 “대표의 정치적 결단으로 받아달라.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면 “권한을 행사해도 좋지만 안될 때는 책임지라”는 게 정상적인 조직인데, 그마저도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더라.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대표를 뽑았으면 인정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것들,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 연속선상에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사퇴 문제도 결국은 당 전체로 보면 아까운 인재를 상처낸 것이 아닌가.

- 당내 비노 진영에선 안철수 의원에게 비노 진영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달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 원래 나는 정당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통합한 이유도 거대 양당의 한 축을 개혁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넉달 동안 선거 두번 치르고 당을 개혁할 기회 없이 대표에서 물러나 아쉽긴 하다. 그러나 나는 정치인에게 중요한 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치하기 전에 정치인들을 불신했던 이유는 책임지지 않는 것 때문이었다. 정치인들이 책임 안 지는 것에 실망했다. 7·30 패배했으니 나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책임졌다. 사실 이번 전대에서도 출마를 요구받았다. 어떤 이는 국회의원 50명 정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전대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분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치는 결국 인연을 섞는 것이니 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럼에도 나는 정치의 기본은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대표에서 물러났고, 전대에 출마하지 않고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아마 내가 직전 대표가 아니었더라면 출마했을 거다.  

-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여러번 강조했듯 이번 전대는 우리 당에 매우 중요하다. 변화와 혁신의 경쟁이 돼야 하고 그 결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이 돼야 한다. 문재인·박지원·이인영 세 대표 후보가 혁신선언하는 정도를 넘어 대표가 되면 어떤 방법으로 혁신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 같은 것은 새누리당도 협력을 해야 가능한 것이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왜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우리 당 전당대회에 대해 모를까 생각해보니,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우리의 절박감이 전달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게 계속되다보면 집권 못한다. 계파 청산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당직 인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서로 혁신 경쟁을 벌여야 한다.

- 전대 주자들은 투명한 공천, 상향식 공천을 얘기한다. 아예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후보도 있다.

= 전략공천은 양날의 칼이다. 지금 당의 지도자급 중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략공천으로 영입한 사람들이 많다. 만약 기존의 의원들이랑 경쟁했으면 원내에 못 들어왔을 거다. 그러니 경선과 전략공천이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전략공천 기준도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원칙 없이 전략공천하면 말이 많이 나오니까.

- 이번 전대에서 변화와 혁신의 기대감을 주는 후보들이 있나?

= 세분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박지원),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김근태 상임고문(이인영) 계승한 분들이다. 세분들이 그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한 차원 더 나아갈 수 있는 비전을 내놓기를 바란다.

- 김대중·노무현·김근태 세 분 중 누구를 가장 존경하나?

= 저는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 그분 평전을 보고 다른 자료를 볼수록 더욱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나아갈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대중경제론, 복지제도, 벤처 등등 짚고 넘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더라. 그렇게 오래 전에 미리 방향을 잡은 혜안이 부럽다.

- 그러나 지금 야당에선 디제이가 살아 돌아와도 당 이끌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있다.

= 저도 대표하면서 매순간 계파 문제가 부닥쳤다. 계파의 순기능은 비전을 공유하면서 이를 관철하기 위해 자기 희생도 각오하는 것이다. 비전 공유 없이 사적 인연으로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 계파의 가장 안 좋은 역기능이다. 그런데 당내 계파들 대부분이 서로 사적인 보호, 정치적 보호관계, 정치적인 거래관계로 간다. 그게 문제고 그래서 국민들도 이들이 과연 집권할 수 있는지 의심하는 측면이 있다.

- 앞으로 전대 아니더라도 안철수 의원에게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어떤 식으로든 있을 것 같다.

= 피할 생각은 없다.

“문재인은 탄탄한 지지층, 박원순은 확장성이 장점”

- 이번 전대에서 문재인 후보에 대해 대선패배 책임론이 제기됐다.

= 모든 것은 당원들이 판단할 문제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정보나 생각을 접하고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한가지 팩트 때문에 지지를 접거나, 또는 사실이 아님에도 어떤 한가지 때문에 희망을 갖거나…. 그게 유권자라고 생각한다. 당원들도 여러가지 정보로 판단할 거다. (문 후보에 대해) 대선패배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후보 사퇴말곤 답이 없는데, 그걸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문 후보는 본인의 방식으로 책임을 질 거다. 결은 국민이라는 심판이 손들어주는 것 아니냐.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 대선패배 책임론은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들이 낸 <안철수는 왜?>라는 책 때문에 더욱 불붙었다.

= 제가 기본적으로는 지난 일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결과를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일이 과거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낸 그분들은 그게 답답했던 모양이다. 네 분이 각자의 생각을 담아 쓴 책으로 안다. 저한테 사전에 확인하고 쓴 게 아니다.

- 읽어봤나?

= 발췌본만 봤다.

- 맞는 얘기가 많나? 틀린 얘기가 있나?

= (웃음) 일일이 말하고 싶지 않다. 지난 일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있으면 그 역시 정치인의 역량이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평가받는 게 역량이다.

- 문재인 의원과는 별로 신뢰가 쌓이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 야권에 소위 지도자급인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분들 대선후보 경쟁률을 다 합하면 거의 45% 정도다. 그 말은 서로가 도와주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다 후보직을 양보했는데 박원순 시장과는 친해보인다. 후보 양보 과정상의 문제인가?

= 박원순 시장과는 안 지 오래됐지만 문재인 의원은 정치권에 와서 처음 봤다. 알 시간이 별로 없었다.

- 문재인 의원과는 단일화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 아닌가?

= 양보라는 관점으로 생각해본다면, 저는 기본적으로 정치하기 전부터도 제가 뭐가 되기보다는 무슨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직보다 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사람보다, 내가 아니라도 될 수 있다는 사양지심이 정치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 그러나 사양지심보다 권력의지를 강조하는 사람도 많다.

=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떤 선택이 좋은지 판단해야 한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정동영 탈당…새정치연합은 외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 전당대회 뒤 바로 새 지도부가 4·29보선을 치러야 한다.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나?

=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다시 말하면 이번 전대에선 혁신과 변화하면 더 좋아지는게 아니라 이거 안하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국민에게 전해져야 한다. 그 결과가 재보선에 나타날 것이다.

-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안철수 의원에게 선거운동 지원을 부탁하면 도울 것인가?

= 대표하면서 공천 경험해보니, 공천은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더라. 이기면 좋지만, 이기기 위한 공천을 하더라도 선거 승패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기기 위한 공천’은 없었다. 분명한 원칙과 혁신 의지, 그에 맞는 후보를 내면 모든 건 유권자들의 몫이다. 그러면 이길 거라고 본다. 그렇게 하면 지더라도 대표는 피해를 보지만 당은 인정받는다.

- 하지만 선거는 이겨야 하는 거 아닌가, 이기기 위한 공천을 해야하지 않나?

= 여의도에선 모든 것을 내가 한다는 착각, 상대를 꺾으면 된다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둘이 싸워 다른 사람을 누르더라도, 국민이 눌린 사람의 손을 들어주면 이기는 것이다. 국민이 심판이다.

- 새 지도부가 선거운동 도와달라고 하면 도울 것인가?

= 지도부가 제대로 된 공천을 하고 메시지를 준다면 도울 것이다.

- 오늘 정동영 상임고문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기본적으로 우리 당이 잘 못해서 그렇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외부에 시선 돌리기보다는 내부에서 변화와 혁신 경쟁을 해야 한다. 그게 정공법이다. 그렇게 해야 신뢰를 얻는다.

- 안철수 전 대표는 30%의 지지율을 받았던 정치인이다. 그런데도 중간에 당을 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이 참여하는 신당이 잘 될 것이라고 보나?

= 그러니까 변화와 혁신 경쟁을 해서 국민 신뢰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 지지율이 20% 정도인데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다 합치면 45% 정도 된다. 이 말은 야권 지지자가 25% 정도 더 있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얻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저는 당 내부에 집중할 때라고 본다. 신당 등 외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 문재인·박원순 두 사람과 야권 대선 후보로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분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내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데…. 문재인 의원은 단단한 고정 지지층이 있다는 것이고 박원순 시장은 확장성이 있는 분들이다. 그런 분 지지율 다 합해도 45%이니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집권 힘들다는 위기의식 가져야 한다.

- 여전히 ‘안철수 새정치’가 뭐냐는 질문들을 많이 한다.

= 새정치 핵심은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40년 장기불황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갖고갈 것인지 얘기할 거다. 국민들 먹고 살 문제,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얘기를 할 거다.

또 다양한 사람들 만날 것이다. 여당의 차세대 리더들도 만날 거다. 15일엔 지역구에서 연탄배달 행사가 있는데 박원순 시장도 함께하기로 했다.

“문 열어놓으면 문고리 힘 못 쓴다”

- 박근혜 정부가 위기다.

= 일단은 ‘불통의 정치’가 문제다. 문을 열어놓으면 문고리가 힘을 못쓰는데, 문을 닫아놓으니까 힘을 쓰는 거 아니겠나. 전국민이 실망하고 그러니 위기 대응이 되겠나. 경제 부문도 너무 단기적인 부양에만 집착하고, 중장기적으로 고통이 수반된다.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가령 창업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있는 기업들을 어떻게 성공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재도전 기회를 주는 정책을 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토양은 안 바꾸고 그저 돈을 대준다. 또 한번 실패하면 재도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초이노믹스도 그렇고 단기적인 대응만 한다. 공무원 연금 개혁도, 전체 보수 구조를 다시 짜는 것을 수반해야 한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공무원들이 사기업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직급별로 어떻게 임금을 줘야 하는지 등을 점검하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여야 모두 누가 더 내고 누가 덜 받는가, 그 차이만을 갖고 싸운다면, 몇년 지나 또 문제 터진다.

박근혜 정부는 또한 ‘구호팔이 정치’, ‘간판정치’를 한다.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 복지를 내걸고 집권 1년차엔 창조경제, 2년차엔 통일대박론, 규제개혁을 들고 나왔다. 이 모두 시대적으로 맞는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이걸 내놨으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실행 계획이 있어야한다. 그저 아이템이 필요하니 내놓고, 계획과 의지가 없으니 실행이 안되고, 그 아이템이 힘이 약해지면 다른 간판을 다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다음 정부에서도 국민적인 힘이 모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

- 민정수석 항명 사태가 벌어지며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가 또 불거졌다.

= 내일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하면서 지난 밀실정치의 폐해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시작이다. 그렇게 해야 정부가 제대로 서고 국민들이 고통받지 않는다.

- 여야는 앞으로 정개특위를 구성해 선거구제 개편을 하려고 한다. 어떤 방향이 좋다고 생각하나?

= 저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분리하면 좋겠다. 사안을 섞으면 둘 다 해결 안된다고 생각한다. 당장 1,2월 안에 국회 밖에 제3의 시민자문기구를 만들고 거기에서 상반기까지 안을 내고 그걸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자칫 끌기만 하다가 국회에서 알아서 한다고 그러다보면 개리맨더링으로 끝나버리는 거 아닌가. 그건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어떤 식으로 선거제도가 바뀌어야한다고 보나?

= 소선거구제 폐해가 크다. 정당명부제, 중대선거구제가 두가지 방향인데 내 나름대로는 정당명부제를 선호하는 쪽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 정서와 안 맞는다. 절대 안될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국민정서는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직접 뽑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비례대표를 뽑는 것은 비리의 온상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비례대표 후보들도 개방식 명부제를 도입해 국민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 당내에선 어떤 의원들과 친한가?

= 과거 함께 지도부를 했던 사람들. 문병호(비서실장), 주승용(사무총장), 최원식(전략기획위원장), 김관영(김한길 대표 비서실장) 의원 등등이랑 친하다.

- 친노 의원들도 만나나?

= 홍영표, 윤호중 의원과도 연말에 만나 한참 얘기했다. 윤호중 의원은 지방선거 때 밤에 구리에 유세 가서 함께 소나기를 맞은 기억도 있다. 홍영표 의원도 나를 찾아와 한시간 가량 살아온 얘기 하더라.

- 홍 의원이 대선 비망록을 쓴 것에 대해 뭐라고 얘기 안하던가?

= 비망록 얘기는 안했다. (웃음)

이유주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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