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새 10%p나 빠져
노태우 이후 ‘3년차’ 역대 최저
“개혁과제 독자추진 어려운 수준”
노태우 이후 ‘3년차’ 역대 최저
“개혁과제 독자추진 어려운 수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사이 10%포인트 급락한 30%까지 떨어졌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재신임한 새해 기자회견으로 인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데다 이번주 ‘연말정산 파동’까지 몰아닥치면서 견고하던 핵심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정 수행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지지율 30%에 턱걸이하면서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조사해 23일 공개한 1월 셋째주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30%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60%로 취임 이후 최대치였다. 부정평가 이유를 보면 ‘소통 미흡, 너무 비공개, 투명하지 않다’가 17%로 가장 많이 꼽혔다. 여기에 ‘세제개편안, 증세’가 15%, ‘경제정책’이 13% 등 불통에 대한 불만이 연말정산 파동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만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던 50·60대의 추가 이탈로 이어졌다. 50대에서 업무 수행 긍정(38%)과 부정(52%)의 차이가 14%포인트까지 벌어졌으며, 60살 이상의 지지율도 지난주 7%포인트 하락(62%)한 데 이어 이번주에 9%포인트 또 떨어져 과반(53%)에 걸치는 수준까지 급락했다. 과거 어떤 정치적 악재에도 요지부동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접지 않았던 ‘60살 이상’의 이런 지지율 급락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지역별로는 지난주 15%포인트 급락했던 박 대통령 지역기반인 대구·경북지역 지지율이 50%(+6%포인트)로 다소 회복했지만, 또다른 우호지역인 충청권에서는 지지난주 51%, 지난주 40%, 이번주 35% 등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낮았던 화이트칼라 직장인의 박 대통령 지지율이 17%로 9%포인트 하락한 결과를 보면, 연말정산 파동이 직장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일주일 사이 박 대통령을 지지하던 화이트칼라 3명 중 1명이 돌아섰다는 뜻이다.
지지율 30%는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의미하는 수치로 알려져 있다. 역대 대통령의 3년차 1분기 평균 지지율을 보면 김영삼 대통령이 37%, 김대중 대통령은 49%, 노무현 대통령은 33%, 이명박 대통령은 44%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30%는 3년차 1분기 지지율로는 노태우 대통령(2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조사분석센터장은 “30% 선이면 대통령이 새로운 개혁과제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여당 내에서 차기 주자를 중심으로 분화 흐름이 나타나면 여권 결집도가 약화되고, 청와대 고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기 레임덕을 예고했다. 그는 “다만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등을 보면, 집권 초반 20%대에서 국면 전환을 통해 지지율이 올라가기도 해 상승 여지도 있다”며 “청와대가 먼저 나서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거나, 중도층을 포섭하는 방향 등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기감이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 오히려 박 대통령 지지율이 반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콘크리트 지지율이 깨진 것은 자명해 보이지만 지지율 하락은 바닥을 쳤다고 본다. 총리 지명 이후 단행될 개각에서 지난 인사 참사와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반등 기회는 있다”며 “30%의 지지율이 보수층을 자극해 보수 결집이 역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지지율이 40%를 회복하면 청와대 우위의 정국 흐름이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전국 19살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했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응답률은 17%였다.
하어영 서보미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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