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격리와 치료의 최일선 현장인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내 국가지정 격리 병상을 방문해 병실을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온 뒤 16일 만이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서울시가 전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서울 대형병원 의사(35번째 환자)의 동선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이것(메르스)을 해결하려고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에 긴밀한 소통, 그리고 협업이 있어야 되겠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에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1500여명의 시민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힌 내용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설명과 틀린 부분이 많아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차 격리된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메르스의 경우에 우리가 이전에 경험을 한번도 못 해봤던 감염병이기 때문에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서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지자체, 또 관련 단체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서 어떤 특이사항이 있다든지, 어떤 제보할 것이 있다면 일단은 중앙방역대책본부로 통보를 해서 창구를 일원화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서울시를 필두로 경기도 등 각 광역자치단체들이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 등 독자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부 중심의 ‘창구 일원화’ 논리로 미리 못을 박아 두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메르스 첫 환자 확진 16일 만에 이뤄진 국립의료원 방문은 메르스 사태로 자신의 지지율이 폭락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지난 2~4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일주일 전 40%에서 6%포인트나 떨어진 34%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국갤럽은 “박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소통 미흡’(16%)에 이어 ‘메르스 확산 대처 미흡’(14%)이 새롭게 추가돼 두번째로 많이 꼽혔다”며 “이번주 박 대통령 직무 평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 임의걸기를 통한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5%였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오전 8시30분께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박 시장의 어제 발표 내용과 보건복지부가 설명하는 내용,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지역 의사인) 35번 환자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면 상이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 차이점이 있는 상황에서 좀더 자세하고 정확한 사실이 확인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날 박 시장의 발표를 비판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어젯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관련 조치와 회견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괜한 트집 잡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메르스대책위 연석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직접 나서서 서울시 자체 방역 대책을 마련하듯이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 나서서 중심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진환 황준범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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