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 요구는 더 잘하란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낮은 자세로 사태 예의주시
일각 ‘결국 물러날것’ 관측도
일각 ‘결국 물러날것’ 관측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그걸로 끝나진 않았다.
청와대와 친박근혜(친박)계의 흔들기가 노골화하면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유 원내대표는 28일 지역구인 대구에 다녀온 뒤 별다른 일정 없이 침묵을 이어갔다. 애초 유 원내대표는 주말 동안 “(친박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겠다”며 설득 작업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으나, 친박 의원들의 반발이 격화하자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측근 의원들과 연락하며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유승민 원내대표 쪽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이 유임을 결정한 만큼, 사퇴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는 청와대나 최고위원들이 그만두라 해서 그만두는 자리가 아니다. 이미 의원총회에서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았고,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원내대표 스스로도 현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은 자신을 지지한 의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유 원내대표가 이런 때일수록 비책이 아니라 원칙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당분간 ‘로키’ 행보를 유지하며, 추경 관련 당정협의 등 일상적인 업무를 챙길 방침이다.
하지만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연일 사퇴 요구 목소리를 높이는 데 비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 유 원내대표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승민 거부권’을 행사한 마당에, 유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는 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선 유 원내대표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사퇴 역시 명분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번주 중반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