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새누리
이혜훈·김성태, 유 원내대표 ‘지원사격’
김태흠·이한구, “당장 물러나야” 압박
새정치
박지원 “새누리가 청와대 하청회사냐”
이종걸 “새누리가 박정희 때 유정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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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여야 정치인들이 라디오 토론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유승민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사퇴를 거부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의 의총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결론이 난 대로 했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결론이 난 대로 했고, 그 결론에 대해서 국회의원 21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며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가 개인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는 선출될 때도 압도적인 의원들 표로 선출이 됐고 이번에 사퇴하느냐 마느냐 하는 의총이 열렸을 때도 40명 발언했다는 사람들 중에 사퇴를 요구한 사람은 2~3명이었다고 보도가 됐다.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재신임을 해준 것 아니겠나? 그러면 의원들 뜻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PBC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끌어내린다고 당청 관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전체 의원들이 다 책임져야지, 모든 책임을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빨리 만나서 당-청 관계의 소통 문제와 대통령 (국회법) 거부권 행사에 따라 우리 당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유승민 대표의 즉각적인 대표직 사퇴를 주장하며 박 대통령을 위한 ‘엄호사격’에 나섰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 당을 위하는 것”이라면서 “끝까지 거부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하는 게 저희(친박계 의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했는데도 사퇴해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미 청와대 입장에서는 유 원내대표와 같이 갈 수 없다는 부분을 통보한 것”이라며 “이건 직장으로 따지면 권고사직이고, 연인 관계로 보면 이별 통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로 “위헌 소지가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언행”이라고 말했다. ‘본문을 망각한 언행’의 예로 김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얘기라든가 사드 배치는 사전에 당-청 간에 협의를 통해 얘기해야 하는데, 당내 분란을 일으켰다”면서 “저는 공무원연금법 협상 과정에서도 사퇴를 촉구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사퇴 압박과 관련해 “나는 대통령 지적이 옳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에 국회가 상당히 포퓰리즘에 빠져 자기 역할을 넘어서는 권한 행사를 자주 했고, 전반적으로 국가 운영과 헌법 체계 운영에 지장을 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적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 “지금 상황을 봤을 때는 앞으로 자리에 연연해서 있어 봤자 일을 못하게 된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는 우리 당한테도 좋지 못하고 국회 운영에도 좋지 못할 것”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도 유승민 대표 거취를 놓고 유 대표 사퇴를 반대하는 취지의 발언을 통해 ‘측면사격’에 나섰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친박 돌격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에 힘을 받아서 지금 나타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됐든 유승민 대표를 몰아내려고 하고 이 와중에 김무성 당 대표로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다음 순서는 김무성 대표라는 의미냐’고 묻자, 박 의원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권력투쟁은 강하게 갈 것”이라며 이번 유승민 파동이 권력투쟁의 신호탄임을 암시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청와대 하청회사도 아니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청와대 비정규직 직원이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원내대표를 아무리 잘못했다고 해서 이렇게 질책을 하고 몰아내려고 하는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당과 대통령의 관계 때문에 사과를 하고 진심을 담아서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는데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제는 자기 길을 가야 할 때가 된 것 아닌가”라고 조언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 압박에 굴하지 말고 여당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원내대표는 “예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정회 국회의원에게 직접 지시해 자기 뜻대로 할 때의 행동양식이 보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 심지어 친박 의원들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대통령이 국회의원 한 사람을 종속물처럼 지배할 체제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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