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했던 말 한마디에 정치권이 들썩였습니다. ‘야당과 비박에 대한 노골적인 낙선운동이자 선거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과정을 들어 이번 발언을 강하게 문제 삼는 비판도 있습니다.
친박계 인사로 꼽히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JTBC 손석희 앵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진실한 사람’이 대통령 측근을 말하는 거냐”는 질문에 처음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서 민생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가, 끝내 “임기 말에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뒷받침해줄 사람”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다섯달 뒤 치러질 4·13 총선에 청와대에서, 내각에서, 공기업에서 박 대통령의 눈도장을 받은 친박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림에서 보듯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은 대부분 영남과 서울 강남에 몰리고 있습니다. 그림에 있는 27명의 친박계 또는 청와대·내각 출신 인사들 가운데 야당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이는 겨우 5명입니다. 이들은 ‘핵심 친박’이라고 부르기 힘듭니다.
‘핵심 친박’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안정을 위하여”라면서도 한사코 현재 새누리당 지역구로 몰립니다. 다른 친박 현역 의원과 맞붙어 ‘친박 대 친박’의 대결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12일 라디오에 나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끼리 싸우는 지역 가면 뭐하겠습니까. 야당 의원 지역 가서 한 석이라도 더 갖고 와야 국정운영 기반이 확대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분들이 그냥 자기 당선되기 좋은 지역에 찾아가서 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에 있었다는 프리미엄만 누리려고 한다라는 이런 비판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가 있겠습니까.”
더는 ‘친박’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대세는 ‘친박연대’의 진화 버전, ‘진박’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친박’한 이유가 이것이었군요.
글·그래픽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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