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 월가에서 펼쳐진 ‘점거하라’ 시위 현장. 그린비/한겨레신문
‘11·14민중총궐기’ 새누리당 의원들 주장 사실확인
차벽·폴리스라인 설치 거의 없고 백악관 앞 집회도 허용
평화 시위·행진 보장으로 폭력사태 번지는 경우 드물어
물대포 고의 직사 의혹, 새누리당 의원도 "중징계감"
차벽·폴리스라인 설치 거의 없고 백악관 앞 집회도 허용
평화 시위·행진 보장으로 폭력사태 번지는 경우 드물어
물대포 고의 직사 의혹, 새누리당 의원도 "중징계감"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농민 백남기(68)씨가 위중한 상태에 빠진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불법폭력 집회’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경찰이 총을 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대표적인 주장 5가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봤다.
1.“미국 경찰은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0~90%는 정당한 것으로 나온다. 경찰관 과잉대응이 별 문제없이 넘어간다.”(이완영 의원, 16일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
=> 지난해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에서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경찰을 법원이 기소를 하지 않았고, 2012년 플로리다에서 사탕 사러 갔던 흑인 고교생을 총으로 쏜 방범대원 조지 짐머만이 무죄평결을 받은 바 있다. 미국에서 경찰의 공권력과 정당방위가 상당히 폭넓게 인정되는 건 사실이다. 이는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의 문화와도 관련이 깊다.
올해 경찰의 총에 의해 숨진 미국민이 1천명을 넘었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심심치 않게 미국 언론에서 보도가 되고 있고, 의회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세기 경찰개혁위원회’라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도 경찰의 과잉대응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별 문제없이 넘어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 의원은 ‘개인 일탈’과 의사표현 수단인 ‘시위’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언급했다. 미국 경찰이 종종 범죄 또는 범죄가 의심되는 이들을 총으로 쏘는 경우는 있지만, 시위하는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시위가 폭력으로 변질할 경우, ‘음향 대포’ 또는 최루탄을 사용한다.
=>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18일 라디오에서 “(이 의원의) 표현 자체는 상당히 부적절했다. 어떤 경우에는 경찰이 국민들을 때려잡아도 된다, 이런 식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발언 같이 나왔다. 만약에 그렇다면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의원도 “공권력 확립이 매우 긴요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강조하다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시민의 권리가 훼손되고 침해당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 “폴리스라인 넘으면 막 팬다”(이완영 의원)(▶관련기사 바로가기)
=> 미국 경찰이 폴리스라인에 대해 엄격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1년 4월에는 연방정부의 예산안 합의에 반발해 미국 워싱턴 의회 앞에서 30분간 도로를 막고 농성을 벌였다는 이유로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DC 시장이 등 뒤로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연방 하원의원 4명도 경찰 통제 불응을 이유로 함께 체포됐다. 2012년에는 미국 인권운동가들이 수단 대학살 항의 시위를 워싱턴에서 벌였는데, 경찰은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3차례 경고에도 폴리스라인을 계속 넘자 체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 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미국에서 차벽을 치거나, 시위 장소를 막아 원천봉쇄하는 등 의사표현 자체를 불허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지난 2011~2012년 뉴욕 등 미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Occupy Wallstreet’ 시위의 경우, 수많은 시위대가 도시의 주요 광장을 며칠째 점거하고 매일 도로 행진을 벌였으나, 경찰이 ‘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막은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길을 터줘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시위·행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처럼 차벽을 쌓거나 원천봉쇄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JTBC〉는 18일 워싱턴 DC 경찰청 간부의 말을 인용해 “워싱턴 DC에서 1년에 1000~1500건 정도 시위가 있지만 이중 과격 시위가 예상돼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경우는 3~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3. “청와대 경호수칙상 시위대가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경내로 진입하면 ‘실탄 발포’가 원칙이다. 더 불행한 상황을 막기 위해 살수차 동원이 불가피했던 것 아닐까 싶다”(김용남 의원, 16일 〈JTBC〉 인터뷰)
=> <한겨레>가 19일 청와대 경호실에 문의한 결과, 청와대 경호실 쪽은 “시위대에 대해선 현장상황을 고려해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뿐 ‘즉각 발포’ 원칙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100m 이내는 집회시위 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이때문에 청와대 앞에서는 1인 시위만 가능하고, 집회는 청운동 사무소가 한계선이다.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시위가 이 부근에서 열렸다. 청와대와 광화문의 거리는 약 1.7㎞ 가량 떨어져 있다.
14일 열린 광화문 민중총궐기 대회는 경찰이 집회신고를 불허했다. 현행 집시법은 ‘허가’가 아닌 ‘신고’제다. 그러나 경찰은 제한사유를 두고 신고를 불허할 수 있다. 광화문 시위를 연 투쟁본부 쪽은 경찰에 광화문 집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청광장에서 청와대가 보이는 청운동 사무소까지 행진을 신고했다. 경찰은 2가지 이유로 금지통고했다. 1)광화문 안에 미 대사관이 있다. 2)청와대까지 행진 부분은 주요 도로 교통소통 방해라는 이유다.
1)번의 경우,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11조4호에 따르면 청와대, 국회 같은 주요 국가기관의 반경 100m 이내에선 집회나 시위를 못하게 돼있다. 미 대사관도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주요 시설’로 분류돼 100m 이내에선 집시법에 따라 집회시위가 금지된다. 그런데 휴일은 대사관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가 아닌 경우에는 100m 이내라도 (집회시위) 금지대상이 되지 않는다. 2003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외국 외교기관의 100m 이내에서는 시위를 열 수 없다”고 규정한 집시법 11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헌재는 외교기관 주변이라도 휴일에 열리는 집회는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헌재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는 제한을 뒀기 때문에, 경찰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단했을 순 있다. 이번 시위가 열리기도 전에 경찰이 ‘불법’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엄밀하게 따져, ‘시위대가 집회시위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기 보단 ‘경찰이 집회신고를 불허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청와대까지 행진 부분은 ‘주요 도로 교통소통 방해’라는 이유를 들었으나, 경찰은 시위 당일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모두 둘러싸고 일반인들의 도보 통행도 불허했으며 지하철 광화문역을 무정차하도록 했다. 둘 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채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부분이다. 경찰은 ‘교통소통’이나 ‘시민불편’에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고, ‘청와대로의 진출 방어’에만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미국 백악관 앞 시위의 경우 ‘100m 이내 불허’ 등의 규정은 전혀 없다. 백악관 바로 앞에서 1년 12달 시위가 매일 열리고, 백악관 앞에서 35년째 핵반대 시위를 벌이는 콘셉시온 피시오토(70) 할머니는 비닐움막을 치고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
▶관련기사:백악관 옆 비닐움막, 할머니는 32년째 피케팅(2012년 5월4일) 4.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폭력 시위에 관용이 없다고 밝혔다”(원유철 원내대표, 17일 원내대책회의) => 오바마 대통령이 이 말을 한 것은 맞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10대 흑인 청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시 전체가 시위와 이어진 폭동으로 들끓었다. 사건은 지난해 8월10일 일어났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뒤 애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주리주 연방 상원의원인 공화·민주당 의원이 각각 별도의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폭력 시위에 관용이 없다”고 말한 것은 석달 뒤인 11월25일 일부 시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하는 등 미주리주 소요사태가 점점 극심해지자 시카고 연설 도중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면서다. 당시 오바마의 말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시민들의 좌절감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폭력 사태를 용인할 수는 없다. 빌딩과 차를 불태우고 재산을 파괴하면서 시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은 범죄 행위이고, 그런 행위에 가담하는 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 사태는 시위 중 일어난 폭력사태라면, 오바마가 언급한 부분은 시위와 상관없는 명백한 약탈·범죄라는 점이다. 오바마가 시카고에서 이 연설을 하는 도중 오바마의 이민개혁에 반대하는 참석자들이 비난과 야유를 5분 가량 퍼부으며 “오바마 추방을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가 쓰인 천을 들고 야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할 말이 많은 것 같은 것을 보니 시카고에 오길 잘했다. 당신들 말을 들었으니 이제 예의를 갖춰 내 말에 귀 기울여달라”고 말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시위자들은 행사장에서 쫓겨나지 않았고 자리를 계속 지켰다. 5. “물대포 발사가 운영규칙을 준수한 정당방위였다”(김용남 원내대변인, 14일 〈JTBC〉 인터뷰)
=> ‘폭력시위가 원인이냐, 경찰의 봉쇄가 원인이냐’는 논란이다. 지난 14일 광화문에서는 13만명(경찰 추산 6만8천명)이 모였지만, 이른바 폭력 사태는 경찰이 쳐놓은 ‘차벽’ 주위에서만 일어났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광장의 시위대 본진이 광화문 광장 쪽 도로로 나섰고, 이내 경찰의 해산 방송이 시작됐다. 시위대는 경찰버스 바퀴에 밧줄을 걸어 ‘차벽’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찰은 5시께부터 ‘직사’로 물대포를 쐈다. 쓰러진 백남기씨는 밧줄을 걸어 경찰버스를 끌어내는 맨 앞에 위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는 쇠파이프와 접이식 사다리 등을 휘둘러 경찰버스 유리창을 깨뜨렸다.
경찰은 20m 가량 떨어진 백씨를 향해 최대 2800rpm의 세기로 머리를 향해 물대포를 쐈다. 백씨는 1m 정도 뒤로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는 경우 2000rpm 내외로 가슴 아래로 살수하도록 한 경찰 내규 ‘살수차 운용지침’과 어긋난다.(관련기사:안전규정도 안 지키고 경찰 물대포 마구 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16일 “지침에 나와 있는 것은 예시일 뿐, 통상적 시위보다 폭력적이었기 때문에 2000rpm보다 심하게 했다고 해서 규정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경찰의 자의적 판단’이 ‘경찰 내규’를 우선한다고 주장한 셈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또 경찰이 처음부터 백씨의 머리를 노린 것 아니냐는 고의성 의혹도 계속 일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18일 라디오에 나와 “물대포는 규정상 가슴 아래로 직사를 하게 되어 있다. (경찰이) 알았다면 (머리를 향해) 안 쐈다, 몰랐기 때문에 맞은 것이다. (경찰의 직사가) 계획적이고 의도된 것이었다면 중징계를 해야 되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고의면 중징계감이다”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학생회는 지난 1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급차에 환자를 싣는 중에 경찰 측에서 구급차 열린 틈으로 조준살사했다. 시민들이 가서 살수되는 물을 몸으로 막았다. 수압이 강력해 뒤로 밀리고, 뒤에 있는 사람들도 구급차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적어도 20초 이상 조준살수했다. 특히 문이 열려 있는 곳을 향해 집중적으로 했고, 영상에 나오듯 구급차 지키는 시민들을 향했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집중살수는 다른 곳을 향했다”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관련영상 :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 세월호 이준석 선장 살인죄로 무기징역형
지난 2012년 빈센트 그레이 미국 워싱턴 시장이 백악관과 공화당의 예산안 타협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의회경찰에 의해 교통 방해 혐의로 체포돼 수갑이 채워지고 몸 수색을 당하고 있다. 그레이 시장은 7시간 동안 갇혀있다 이튿날 새벽 1시께 귀가 조처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 2005년 미국의 사회단체 ‘무브온’ 회원들이 카트리나 태풍 피해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항의해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자료사진
▶관련기사:백악관 옆 비닐움막, 할머니는 32년째 피케팅(2012년 5월4일) 4.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폭력 시위에 관용이 없다고 밝혔다”(원유철 원내대표, 17일 원내대책회의) => 오바마 대통령이 이 말을 한 것은 맞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10대 흑인 청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시 전체가 시위와 이어진 폭동으로 들끓었다. 사건은 지난해 8월10일 일어났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뒤 애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주리주 연방 상원의원인 공화·민주당 의원이 각각 별도의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폭력 시위에 관용이 없다”고 말한 것은 석달 뒤인 11월25일 일부 시민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방화하는 등 미주리주 소요사태가 점점 극심해지자 시카고 연설 도중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면서다. 당시 오바마의 말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시민들의 좌절감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폭력 사태를 용인할 수는 없다. 빌딩과 차를 불태우고 재산을 파괴하면서 시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관용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은 범죄 행위이고, 그런 행위에 가담하는 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 사태는 시위 중 일어난 폭력사태라면, 오바마가 언급한 부분은 시위와 상관없는 명백한 약탈·범죄라는 점이다. 오바마가 시카고에서 이 연설을 하는 도중 오바마의 이민개혁에 반대하는 참석자들이 비난과 야유를 5분 가량 퍼부으며 “오바마 추방을 즉각 중단하라”는 문구가 쓰인 천을 들고 야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할 말이 많은 것 같은 것을 보니 시카고에 오길 잘했다. 당신들 말을 들었으니 이제 예의를 갖춰 내 말에 귀 기울여달라”고 말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시위자들은 행사장에서 쫓겨나지 않았고 자리를 계속 지켰다. 5. “물대포 발사가 운영규칙을 준수한 정당방위였다”(김용남 원내대변인, 14일 〈JTBC〉 인터뷰)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경찰이 차벽 너머에 모여 있는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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