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화·기자회견 표정
여러 질문에 농담 섞어 답변 ‘여유’
국회 비판 대목에선 단상 치기도
여러 질문에 농담 섞어 답변 ‘여유’
국회 비판 대목에선 단상 치기도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의 열쇳말은 ‘안보’와 ‘경제’였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및 국제공조가 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박 대통령은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와 ‘관심법안’ 국회 계류 상태에 대한 비판,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심판론’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 대통령은 이른바 ‘경제활성화복’이라는 붉은 재킷을 입어, 경제 문제를 강조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국민’은 38차례, ‘경제’는 34차례 언급됐고, ‘일자리’(22차례), ‘개혁’(21차례) 등의 단어도 많이 나왔다. ‘북한’(19회)과 ‘핵실험’(10회)도 자주 등장했지만, ‘통일’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회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경제회복의 불꽃을 살리자는 국민들의 절절한 호소도 정쟁 속에 파묻혀 버렸다”고 강조할 때 손바닥으로 단상을 두드렸고, 담화 마무리 부분의 “저는 대통령의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어떤 비난과 성토도 받아들일 것입니다”라고 다짐하는 부분에서도 단상을 손으로 쳤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반목만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들은 귀를 닫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이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이 한번에 여러 질문을 던지자 “제가 머리가 좋아서 다 기억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을 못 한다”고 말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또 “질문을 수십 개 받았으니 한 개 정도는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공전 상황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기자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높은 지지율에 대한 질문엔 “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지 저는 모르고, 그것은 국민께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십니까’라고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할 것 같다”고 받아넘겼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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