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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야권 분열, 호남에 책임 뒤집어 씌우지 말아라

등록 2016-01-16 00:56수정 2016-01-17 16:37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왼쪽 둘째)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당 지도부·중진 의원들과 손을 엇갈려 잡고 있다. 맨왼쪽은 이석현 의원, 맨오른쪽은 문희상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왼쪽 둘째)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당 지도부·중진 의원들과 손을 엇갈려 잡고 있다. 맨왼쪽은 이석현 의원, 맨오른쪽은 문희상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56
‘경제민주화의 원조’ 김종인 전 의원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김종인 전 의원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집권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입니다. 김종인 전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안철수 신당(국민의당) 행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방송을 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에서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보수석이었고 2000년에는 이회창 총재의 1급 참모였습니다.

원로급 인사들이 여와 야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역동성,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김종인 전 의원은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의 손자입니다. 호남에 지역 연고가 있는 사람입니다. 김종인 전 의원의 가세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 러시에 제동이 걸릴까요? 좀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당장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호남의 반문재인, 반더불어민주당 물결은 이미 쓰나미 수준이어서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호남민심의 이반으로 촉발된 야권분열은 4·13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요? 2017년 대통령 선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야권분열은 언제나 호남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의 존재와 관련이 있습니다.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 김대중 ‘양김씨’의 후보 단일화가 실패했습니다. 김대중 총재는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지만 3등에 머물렀습니다. 분열의 책임은 주로 3등을 한 김대중 총재와 호남에 쏟아졌습니다. 도덕적 명분을 쥐고 있었던 재야 민주화 세력은 사실상 김영삼 후보를 지지했던 ‘후단’(후보 단일화)과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던 ‘비지’(비판적 지지)로 갈렸습니다. 분열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1995년 김대중 총재가 정계에 복귀했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습니다. 야당은 김대중 총재의 새정치국민회의와 이기택 김원기 장을병 등이 이끄는 통합민주당으로 양분되었습니다. 결국 1996년 선거에서 야권은 분열로 참패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수도권과 영남의 재야 민주화 인사들은 김대중 총재와 호남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부영 홍성우 등 일부 인사들은 이기택 상임고문을 따라 한나라당으로 갔습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주도로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탄핵의 역풍이 불어닥친 2004년 4·15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라남도 5석, 비례대표 4석에 그쳐 참패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가 당선됐습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한 뒤에야 다시 합쳤습니다.

1987년, 1995년, 2003년 야권분열의 중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이 있었습니다. 2016년 네번째 야권분열의 중심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사람들이나 남기로 한 사람들이나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옳을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문을 꺼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문을 꺼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월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권노갑 상임고문이 탈당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서거하시기 전에 우리나라에 ‘민주주의의 위기, 중산층과 서민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라는 3대위기가 발생할 것을 예견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이 앞장서 국민들과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이 유지를 받들어 ‘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는 열악한 상태에 있던 우리 당의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엄동설한을 마다하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뛰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4.29 보궐선거 때는 오랜 동지들의 비난조차 감수하면서도 당의 승리와 당의 통합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그토록 몸바쳐 지켜온 당을 떠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 지도부의 폐쇄적인 당 운영과 배타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참고 견디면서 어떻게든 당의 분열을 막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저는 평생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하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왔지만, 정작 우리 당의 민주화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변함없이 지지하고 성원해주셨던 많은 분들이 떠났습니다.

이제 저도 떠납니다만, 미워서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연이은 선거패배에도 책임질 줄 모르는 정당, 너그러운 포용과 화합을 이루지 못한 정당, 정권교체의 희망과 믿음을 주지 못한 정당으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확신과, 양심 때문에 행동하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제대로 된 야당을 부활시키고, 정권교체를 성공시키기 위한 길에 미력하나마 혼신의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러나 동교동계 설훈 의원(부천 원미을)은 1월12일 오후 권노갑 의원의 탈당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하실까, 탈당이 과연 최선이라고 하실까, 탈당하라고 하실까? 저는 단연코 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하실 거라고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항상 야권은 단합해서 더 세력을 키워야 한다, 분열해서는 안 된다, 분열하면 반드시 패배한다, 이런 말씀을 누누이 하셨고, 당신 자신께서도 항상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 계속해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일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그때하고는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물론 우리 당 지도부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탈당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속실장을 지냈던 김한정씨(경기도 남양주을 예비후보)도 1월13일 탈당 인사들을 비판하는 글을 배포했습니다.

“야당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이 분열의 끝은 어디인가? 총선 이후에도 이 분열은 정당화될 것인가? 새당을 차리겠다는 분들은 앞으로 하나로 지속할까? 지역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분들이 꽤 있다. 제2 야당의 후보가 나와 피해를 입지 않겠냐는 것이다. 여야 일대일로 대결해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일 것이다.

아침에 지인이 내게 말했다. ‘돌을 던진다고 강물이 멈추지 않는다. 가지가 부러진다고 나무가 못자라는 것 아니다.’ 눈앞의 이익을 쫓다가 방향을 잃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나는 88년 스물 다섯살의 청년으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한번도 민주당을 버린 적이 없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당 이름이 바뀌고 대표자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더이상 그 민주당이 아니라는 분들은 답해야 한다. 그렇다면 새살림차리려는 당이 그 민주당의 전통과 정통을 잇는 당인가? 가려는 길이 진정 박근혜정권에 맞서 싸우려는 야당의 길인가?”

“호남을 위해 민주당을 떠난다는 선배님들. 정치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적어도 나는 김대중 선생에게 이렇게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그저께 김홍걸 교수가 내 출판기념회에 와서 울분을 삼키며 한 말이 아직 귓전에 맴돈다.

남양주에서, 故김대중 대통령 3남 김홍걸 교수..야당 분열사태 두고 “DJ정신 강조”:(주)구리남양주넷 - http://www.gnnet.kr/sub_read.html?uid=23843

김대중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마지막 비서관을 지냈던 최경환(광주북을)씨는 1월14일 탈당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유훈은 단결과 통합이었습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은 ‘김대중 시대가 따로 있고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로 가야 성공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런 간절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당을 떠나게 되어 착잡한 심정입니다.

문재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당부했던 단결과 통합의 길을 외면했습니다. 통합에 실패했고 화합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문재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뿌리인 김대중 세력과 호남세력을 포용할 뜻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15일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후 한달여 동안 많은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지금 현장에서는 더민주당의 어깨띠와 명함을 가지고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문재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1987년 정권교체 열망하던 야권 지지자
대선패배 책임을 몽땅 김대중과 호남에
몽땅 떠넘기던 장면이 너무 생생하다…
혹, 4·13 총선에서 야권 참패할 경우
또 호남에 책임 뒤집어 씌우려 하는가?

안철수 의원(가운데)과 ‘국민의당’ 발기인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맞잡은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길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안 의원, 김영환 의원, 송영오 전 창조한국당 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의원(가운데)과 ‘국민의당’ 발기인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맞잡은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길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안 의원, 김영환 의원, 송영오 전 창조한국당 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참여해 새로운 정치질서를 재편하는 새 길을 가겠습니다. 야권의 통합과 연합의 새 길을 찾겠습니다. 김대중 정신, 5.18정신을 실현하는 새 길을 찾겠습니다. 저는 지난 주 서울 동교동으로 이희호 여사님을 찾아뵙고 이러한 저의 결심을 말씀드렸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017년 정권교체입니다.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파탄, 한반도 위기, 호남차별과 소외를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됩니다.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의 통합과 연합에 앞장서겠습니다. 총선에 승리하여 전국의 김대중 세력, 남북화해협력세력, 정의로운 경제와 건강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세력들을 규합해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세력을 통합하고, 호남을 일치단결시키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의원은 1월21일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예정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설훈 의원과 김한정 부속실장은 영남 사람들입니다. 동교동계도 호남과 영남이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교동계는 아니지만 떠난 사람과 남기로 한 사람의 글 하나씩을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호남 몫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던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은 13일 탈당했습니다.

“호남 민심은 이미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불신임하고 있습니다. 호남에서 야권의 중심축은 이미 이동했습니다. 야권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제1야당이 교체되고 있습니다. 호남을 배제하는 정치, 선거 때만 호남을 이용하려는 패권정치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번 돌아선 민심은 되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호남은 스스로 헌신하고 희생하며 오늘의 야권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호남이 목소리를 키우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어렵게 할까봐 마음을 졸이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인내했습니다. 그런데 야권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호남 민심이 공천권이나 요구하는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호남은 야권의 존립을 위협하는 분열적 행태와 패권정치를 목도하며, 제1야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에 ‘호남특위’를 만들고, 호남 민심에 따르는 정치인들을 ‘호남 팔이’라고 비난한다고 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호남 정치의 중심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여는 청지기가 되겠습니다.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일에 미약하지만, 저의 손길을 보태려고 합니다. 저는 호남만으로 무너져 내리는 야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호남은 야권재편의 진원지이지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득권을 내세울 생각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은 13일 당에 남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저는 탈당으로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당에서 안주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호남정치가 무엇인지 우리 전북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당 바람이 호남을 진앙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을 그 누구도 아닌 새누리당이 가장 기뻐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호남을 제1야당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그들의 오랜 희망이었습니다. 우리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어머니입니다. 정통 제1야당에서 호남을 분리해 더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현 집권세력의 비열한 전략에 절대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의원들도 호남 민심의 눈치를 심하게 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따라서 호남이나 최근 다른 의원들의 탈당사태에 대한 의견을 좀처럼 밝히지 않습니다. 홍익표 의원(서울 성동을)이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습니다.

“호남정치, 호남민심이 정치권(특히 야권)에서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나는 지난 시기 참여정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아마도 애정과 아쉬움의 또다른 표현이라 생각한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비판을 했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가 참여정부의 지역감정에 대한 역사적 관점의 부재와 가치판단의 오류 때문이었다.

우선 영호남의 지역주의의 태동과 전개과정 그리고 현실에서의 영향력 등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참여정부가 차별화해서 이해하지 못한채 현실에서의 부정적 측면만을 갖고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영호남의 지역주의는 사실상 박정희 독재정권의 정치적 이해로 인해 확대 강화되었다. 특히 정치적 라이벌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고립시키고 다수의 특정지역을 적극적인 정권의 지지기반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박정희의 시도는 일정부분 성공했고 그의 장녀인 박근혜 대통령도 그 수혜를 받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남의 지역주의는 우리 사회의 독재정권에 대한 지지기반으로 보수, 기득권, 냉전과 반공 등의 가치를 내재하게 되었다. 반면 호남의 지역주의는 이에 맞서 야당의 지지기반으로 상대적 진보성, 민주화, 저항, 남북화해와 평화 등의 가치를 대변하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특히 김대중 정부 이후 집권세력으로서 일부 호남정치인들의 폐해나 과오를 확대해석하여 영호남의 지역주의에 대해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하에서 부패하거나 기득권화된 야당 정치인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호남출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주장을 확산시킨 요인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영남패권주의에 맞서 호남의 지역주의도 세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정부분 타당성이 있는 것 같지만 이는 영호남 지역주의를 결국 동일시하는 우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역사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 또한 이는 영남중심의 패권주의를 정당화시키고 더욱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세속화되고 현실에서 차별없는 양측의 지역주의 강화가 현실적 이해의 반영 또는 기득권 확대라는 관점으로 당연시될 것이다. 이 경우 이미 압도적인 위치에서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고 인구수도 배이상인 영남(특히 대구경북) 중심의 기득권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호남의 세속화는 정의롭지도 않고 실리적이지도 않다. 아니 어쩌면 호남도 충분히 세속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할때, 이를 더 확대 재생산 하는 것은 영남 패권주의를 정당화시키는 명분만 제공하게 된다.

조선 후기부터 한국의 근현대사에 걸쳐 호남의 변화나 움직임은 우리사회 전체를 바꾸는 도화선이 되어왔다. 나는 근거도 거의 없는 호남홀대론으로 민심을 어지럽게 하기보다는 호남역할론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호남 잘 모시겠다고 머리 조아리기 경쟁하는 것이 그다지 보기에 좋지도 않다. 우리사회와 대한민국을 바꾸려고 하는데 호남이 중심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호남지역주의의 상징성과 의미를 되살릴 뿐만 아니라 호남정치를 부활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누구의 논리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논리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정치인들의 선택은 결국 선거 결과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가름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4·13 선거에서 호남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국민회의 등의 경쟁은 어떻게 결말이 날까요? 어떻게든 결론이 내려지겠지요. 선거 이후에는 또 다른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의 과정을 겪게 되겠지요. 정치란 본래 역동성을 본질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4·13 선거에서 분열로 인한 야권 참패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또 그로 인해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 그 책임을 호남에 뒤집어 씌우려 할 가능성입니다.

1987년 정권교체를 열망하던 야권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 이후 그 책임을 몽땅 김대중 후보와 호남 사람들에게 몽땅 떠넘기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충청도 출신으로 어린 시절 호남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배웠고, 1980년 광주항쟁을 통해 호남의 한과 피울음을 목격했던 저로서는 1987년 대선 직후의 체험은 끔찍한 악몽이었습니다.

저의 이런 걱정은 아마도 제가 지역감정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쨌든 한국 정치에서 지역 문제가 아직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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