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마 전 MBC 기자
“MBC 경제부장때 재벌 옹호하는 보도로 일관
야당에 과반 달라고? 누가 바보에게 표 주겠나”
야당에 과반 달라고? 누가 바보에게 표 주겠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에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중단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에 대해 이용마 <문화방송(MBC)> 해직 기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장문의 편지를 띄워 강하게 비판했다. 이 기자와 박 의원은 문화방송 선후배 사이다. (▶관련 글 보기)
글 머리에서 이 기자는 2001년 5월 박 의원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경제매거진>의 마지막회에 자신이 파견돼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동 문제’를 다루면서 박 의원을 알게 됐던 인연을 밝혔다. 그는 당시 만남을 ‘행운’이라고 표현하며, 훗날 박 의원이 경제부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인간적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박 의원의 승진 뒤 “재벌의 이익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는 MBC의 경제 보도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박 의원이 이끌던 문화방송 경제부의 논조를 “조중동의 반복 그 자체”라고 평가하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박 의원이 재벌에 비판적인 당시 여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을 때, 국회 재경위에서 재벌을 비판하면서 ‘주목받는 여성 의원’으로 거론되었을 때에도 이 기자는 “당혹했지만 국회에서 좋은 일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훗날 야당 원내대표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진행하며 보인 ‘허술함’과 ‘주변 누구와도 소통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독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야당의 비주류 세력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주류 지도부에 반기를 들거나,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때에도 적절치 않은 행보를 보였던 박 의원이 급기야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이 기자는 지적했다.
이 기자는 결단력과 추진력을 박 의원의 장점으로 꼽은 뒤, “선배는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고 보좌를 잘 받으면 큰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단으로 인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나 이번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 같은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다”면서 “왜냐하면 박 선배에게는 조중동의 사고방식이 이미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1일 밤 필리버스터 도중 ‘야당에 과반 의석을 달라’고 읍소한 데 대해, 이 기자는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누가 바보에게 지휘봉을 맡기려 하겠나? 야당이 여야 지지지 양쪽에서 비난을 받으니 ‘야당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보다 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박 의원의 태도를 비판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이용마 전 문화방송 기자 페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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