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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종걸 필리버스터 12시간31분만에 종료…“눈물 머금고 내려가지만...결코 포기할 수 없어”

등록 2016-03-02 18:56수정 2016-03-02 23:10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날려버렸다. 사죄의 뜻으로 쓰러질 때까지 발언하겠다”고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날려버렸다. 사죄의 뜻으로 쓰러질 때까지 발언하겠다”고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오전 7시 38번째 주자로 단상 올라 저녁 7시30분까지 토론
정청래 11시간39분 넘어 최장기록 경신
“의원들의 열정과 국민의 열망 날려버렸다…죽을죄 지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대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오후 7시32분, 12시간31분만에 단상에서 내려왔다.

사죄의 눈물로 시작

이날 오전 7시1분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 이어 38번째 주자로 단상에 오른 이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두고 빚어진 혼선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의원들의 열정과 국민의 열망을 제 판단으로 날려버렸다. 죽을 죄를 지었다”며 거듭 허리를 숙였다.

이어 그동안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들면서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난다. 정말 잘못했다. 저 이종걸, 그리고 한 두 사람의 잘못으로 38명 의원들이 보여준 열정과 열망을 한 순간으로 날려버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말 죄송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그는 “이들의 열정으로 국민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일면으로나마 알게 된 것 같다”며 “저희도 국민과 동떨어져 있었단 걸 스스로 알고 인식하고 자책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내려가지만 저희가 호소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정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제안한 당사자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빙자법”

이종걸 원내대표는 연설을 시작하면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의 주장 요지를 차례로 언급한 뒤, 테러방지법 개정 방향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테러방지법을 ‘테러빙자법’이라고 규정하면서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을 확대하고, 자유롭게 살려고 하는 비판적인 사람들을,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옥죄는 가장 무시무시한 법”이라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국민을 국가정보원의 사찰 속에 살지 않게 하는 게 나라를 발전시키고 부강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내용도, 절차도 맞지 않고 불법으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정 의장을 향해서도 “국가비상사태를 핑계로 느닷없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반”이라며 “과거 망나니 같았던 의장이라도 직권상정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어 “이번 직권상정은 국민에 대한 국민의 쿠데타”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벌였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또 쿠데타를 성공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파견법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했다면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했겠느냐”고 되물으면서 “파견법을 의장이 직권상정했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테러방지법이 다른 어떤 법안과도 달리 국민의 기본권, 민주주의와 관련된 법안임을 강조한 것이다.

“쓰러질 때까지 서 있겠다”  

이 원내대표는 단상에 오를 때 일부 의원들로부터 “쓰러질 때까지 연설을 하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단상에 오르면서 스스로도 “국민들께 보고드리지 못하고 허락받지 못하고 (필리버스터)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용서를 구할 때까지, (국민들에게) 용서의 마음이 생길 때까지 서있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발언을 한 지 6시간30분 가량 흐른 오후 1시30분께 “갑작스런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이 (자신을) 용서할 때까지 (단상에) 서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버티겠다. 수정안이 될 때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으로 예정됐던 이종걸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안양 만안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면접도 다음날인 3일로 미뤘다. 이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몸과 마음을 바쳐 결기를 보이고 ‘야당으로서 바른 일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던 국민도 ‘그러면 그렇지’하는 실망의 목소리가 앞을 가린다”며 “우리당의 참회 목소리, 사과의 목소리, 함께하는 장에 귀를 기울이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원내대표의 연설은 이날 오후 6시40분을 넘기면서 지금까지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인 정청래 의원이 세운 11시간39분 기록을 넘어섰다.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기도 한 그는 이회영 선생을 언급하며 “제 할아버지가 목숨을 바친 이 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7시32분 단상에서 내려와 필리버스터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지난달 23일 오후 시작된 무제한 토론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국민의당과 정의당 의원들도 가세한 가운데 38명이 토론에 참여해 9일동안 192시간 25분에 걸쳐 진행됐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사봉을 두드려 필리버스터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끝낸 뒤,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테러방지법 막지 못했습니다. 필리버스터 돌연 중단해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께 많은 상처를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테러방지법은 우리가 붙들고 가야할 법입니다.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힘이 없지만, 야권통합을 통해서 이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보여준 각 당의 통합적인 그런...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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