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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12시간31분…이종걸 ‘속죄의 필리버스터’

등록 2016-03-02 22:24수정 2016-03-02 23:10

“응원해준 국민께 죽을죄 지어”
참여 의원 이름 부르며 눈물도
‘결자해지’였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서 최초로 필리버스터를 제안했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저녁 7시32분 무제한 토론을 마무리지었다. ‘12시간31분’ 동안 이어진 국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이었다.

이날 아침 7시1분, 심상정 정의당 대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이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부당함을 비판했다. “야당을 위해 많은 응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죽을죄를 졌다”며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발언 도중 앞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 이름을 부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이기도 했다. “쓰러질 때까지 발언하겠다”는 각오로 단상에 올랐다는 그는 토론 12시간을 넘긴 저녁 7시께 “어찌된 일이지 정신이 맑아지고 있습니다. 쓰러질래야 쓰러질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을 마친 뒤 창백한 얼굴로 국회 중앙홀에 선 그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테러방지법을 막지 못했습니다. 또 필리버스터를 돌연 중단해서 기대 걸었던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지난달 23일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당내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처음엔 단 3명만이 토론 신청을 했는데 저 정도로 어떻게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광진 의원이 5시간34분 동안 성공적으로 토론을 마친 뒤부터 분위기가 살아났고 토론 신청자가 밀려들었다. 그러나 선거법 처리가 부담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이어가자고 주장했지만 중단을 요구하는 김종인 대표의 압박에 밀렸다. 더민주가 갑자기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하자, 지지자들이 실망감을 쏟아냈고, 일부 의원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1일 열린 심야의총에서 이 원내대표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가 기나긴 ‘속죄의식’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동료 의원들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이유주현 송경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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