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송영길·이종걸·김상곤 4자 구도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8·27 전당대회가 추미애·송영길·이종걸·김상곤 후보 4자 구도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일찌감치 선거운동으로 바닥을 다진 추미애·송영길 후보가 2강을 형성한 가운데 친문재인(친문) 성향의 주류 진영과 호남·온라인 당원 등의 표심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이종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의 결집 정도에 따라서도 경쟁 구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마감된 더민주 전당대회 후보등록 결과 당 대표 경선에 4명, 부문별 최고위원 경선에 7명의 후보가 확정됐다. 지역별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시·도당 위원장을 먼저 뽑은 뒤 호선하는 방식을 따르면서 일단 일부 지역만 후보등록을 마쳤다.
당권 경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일반당원 10%, 국민여론조사 15% 등을 합계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지난해 국민의당 분당 사태 이후 친문 주류가 대의원과 당원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지난달 봉하마을을 찾은 추 후보를 비롯해, 송·김 후보가 각각 24·25일 앞다퉈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것은 현재 표밭의 형세를 방증한다. 문 전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낸 경험이 있는 추 후보가 주류의 표심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승부를 결정지을 정도의 차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이 이날 후보등록 뒤 연 기자회견에서 ‘당내 강력한 통합’을 강조한 것도 야권연대를 내걸며 출사표를 던진 비주류 이종걸 의원을 견제함과 동시에 친문 주류의 표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당선을 위한 또다른 변수인 호남의 경우 ‘호남의 아들’(송영길), ‘호남의 며느리’(추미애) 등을 내세우며 박빙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더민주로부터 돌아선 바닥민심을 누가 돌려세울지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도 장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후발주자인 김상곤 후보는 오히려 계파와 지역에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의 지지기반이 민평련 등 당내 진보그룹과 지난해 혁신위원 그룹 등이어서 사실상 범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또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온라인에서의 영향력 있는 진보인사들이 지원사격을 하면서 주요한 표밭인 온라인 당원의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걸 후보가 비주류 표심을 얼마나 결집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송 후보, 김 후보 등은 일부 비주류 쪽의 지원도 받고 있는데, 이 후보의 선전에 따라 판세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비주류 성향인 박영선 의원이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비상대책위원인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날을 세운 것은 아픈 대목이다.
부문별 최고위원엔 청년 부문 김병관·이동학·장경태, 여성 부문 유은혜·양향자, 노인 부문 송현섭·제정호 후보가 경쟁자로 나섰다.
지역별 최고위원은 5개 권역(서울·제주, 인천·경기, 충청·강원, 영남, 호남)에서 한명씩 호선으로 뽑게 되는데, 현재까지 서울(김영주·박홍근), 제주(강창일), 인천(박남춘·윤관석·박우섭), 경기(이언주·전해철), 부산(최인호) 등에서 사실상 후보가 확정됐다.
전체 10명 중 민생·노동 부문을 제외한 8명의 최고위원은 절반 이상을 친문 주류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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