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뒤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황 총리는 이날 세종시에서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상경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인공지진이 감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황교안 국무총리와 주무 장관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허겁지겁 서울로 올라왔다. 이날 황 총리는 세종시에서 열리는 해양경비안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엔 청주의 재래시장을 돌아볼 예정이었다. 홍 장관은 1박2일 일정으로 열리는 제2차 ‘통일공감 열린광장’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강원도로 내려간 상태였다. 정부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어 이번에도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는 방증이었다.
이날 낮 긴급 소집된 국회 정보위원회에선 정보당국의 사전 인지여부 등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물자 수송 등의 동향을 파악해 1~2개월전 북한의 핵실험 준비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작 당일 핵실험 징후를 파악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는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관련해서는) 여러 출처로 충분히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다만 9월9일 오전 9시(북한시각)에 할 것이라고는 예측 못했을 것이다. (정확히는) 몰랐다기보다는 정권수립일이니까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것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예상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정보위 관계자는 “(징후와 관련해) 말로는 다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답변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며 “정보기관 쪽에서 추정과 경험칙에 의한 것 말고는 특별한 핵심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에게 보고를 하면서 “핵실험은 주로 지하에서 작업이 이뤄져 위성 등을 이용한 군 당국의 사전 징후 포착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인사들은 정부의 ‘무능’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0조원의 국방 정보 1년 예산을 쓰면서 북한의 5차 핵실험 통보를 기상청으로부터 최초 통보받았다면 군과 정보기관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이 9·9절이며 여러 전문가들이 오늘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총리, 통일부 장관 등이 지방행사에 참가하고 있어서 촌각을 다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핵실험한 지 두시간 만에나 열렸다고 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선제적 대응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가 중요한 바, 대북 정보수집 및 분석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정권수립일에 맞춘 도발 가능성이 예상됐지만,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면서 “올해 1월 핵실험 때처럼 우리 군 당국이 또 다시 눈 뜬 장님이었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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