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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청와대 개입 확인된 미르 재단,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 검토해야

등록 2016-09-30 18:04수정 2016-09-30 22:26

1997년 전·노 전 대통령 관련 비자금 판례, 재단 출연금도 뇌물 성격 짙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은 제3자 뇌물공여도 적용 가능
기부금품법 위반 등 위법 의심사례 다수
30일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의 전격적인 해체 선언을 지켜본 법조인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재단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며 각종 위법성을 따져보았다.

법조계는 우선 18개 재벌기업이 미르 재단에 낸 486억원은 포괄적 뇌물수수에서의 ‘뇌물’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르 재단의 성격에 대해 “정부(청와대)와 재계(전경련)가 주관하는 법인”이라는 보도(<한겨레> 9월30일치 1면)와 노웅래 의원이 공개한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하고 이어 기업들에 일괄 할당했다”는 기업 관계자 증언 등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는 걸 전제로 한 법 적용이다. 비교해볼 수 있는 사례로는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소송이 꼽힌다. 당시 대법원은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이 판결대로라면 ‘출연금’ 또한 뇌물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가 출연금을 이유로 어떤 대가를 줬는지 불분명한 경우에도 이 조항 적용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대통령은 기업활동에 관한 정책 등 각종 재정·경제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최종 결정하며, 소관 행정 각 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 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기업체들의 활동에 있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는 “포괄적 뇌물수수의 경우 대가성이 엄밀할 필요는 없고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냈거나 일종의 보험을 들기 위해 냈다고 하더라도 뇌물이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보도대로라면) 미르 재단의 출연금 모금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청와대가 설립에 간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종범 경제수석이 모금을 주도했고 미르 재단에 출연금이 모였다는 점에서 제3자 뇌물공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연금을 낸 기업 관계자의 경우, 출연금의 규모나 출연 절차가 통상적인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임에 해당될 여지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수 변호사는 “법원은 배임 여부와 관련해 통상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법칙을 내세운다. 이사회를 거치지 않는 등 출연 과정의 문제점을 따져보면 기업 관계자들이 배임에 해당될 여지는 높다”고 말했다.

모금 과정에서 기부금품법에 정한 등록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나 구체적인 모집 방법, 절차, 규모 등에 대한 모집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 등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총회 회의록 등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재단 설립 허가를 받았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산 자체가 여러 위법 사실을 미궁에 빠트릴 수 있어 ‘증거 인멸’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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